몽테뉴의 살아있는 생각
앙드레 지드 지음, 오웅석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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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몽테뉴가 남긴 『수상록』의 방대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을 발췌해 재구성한 앙드레 지드의 <몽테뉴의 살아있는 생각>. 앙드레 지드는 『수상록』의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숨 막히는 고전의 난해함을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고 말하며, 몽테뉴의 본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다가가도록 다리를 놓아줍니다.


몽테뉴는 16세기 프랑스의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인간 본질을 탐구한 사상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수상록(Essais)』은 에세이의 시초로, 기존의 딱딱한 철학적 논증 대신 개인적 경험과 내면의 관찰을 통해 인간 본성을 풀어냈습니다. 에세이라는 단어를 몽테뉴가 만든 셈이지요. 프랑스어로 essai는 '시도', '시험'을 뜻하는데, 몽테뉴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서 특정 주제에 대한 시험적이고 자유로운 탐구를 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문학계의 경직된 형식과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은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솔직한 고백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들인 만큼 몽테뉴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는 의심과 자기 성찰로 사유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몽테뉴는 시대를 초월한 통찰을 가진 인물입니다. 몽테뉴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계기로 바라보았습니다. 삶의 유한성을 인정하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죽음, 사랑, 우정, 교육 등 인간이 끝없이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진솔하게 기록했으며, 그의 글은 여전히 생생하게 오늘날 독자들의 마음에 닿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앙드레 지드는 몽테뉴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합니다. 『수상록』을 읽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그가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몽테뉴의 본질을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사유하는 법'으로 정의합니다. 삶, 죽음, 그리고 나다움의 철학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펼쳐보입니다.





『수상록』을 쓰게 된 이유를 읽고 있자니 왜이리 친근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서른여덟 살에 모든 공직에서 물어나 몽테뉴 성 서재에 칩거해 죽기 전까지 써 나간 필생의 작품입니다. 학문적 권위를 빌리지 않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얻은 통찰을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몽테뉴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를 놓지 않았습니다. '나다움'이란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라 정의하며, 인간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는 법을 사유해나갑니다. 오늘날 개인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몽테뉴는 교육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인간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는 법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역설하며,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합니다.





몽테뉴는 진정한 우정을 완벽한 동행이라고 표현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성숙한 교류를 강조합니다. 그는 사랑을 포함한 모든 관계가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앙드레 지드 작가는 몽테뉴의 글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감정적으로 풍부한지 짚어줍니다.


몽테뉴는 모두가 나를 판단하더라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현대 사회의 속도와 압박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엿볼 수 있습니다. 500년을 뛰어넘어 지금도 유효한 지혜를 선사하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품은 <몽테뉴의 살아있는 생각>. 말그대로 에세이를 읽듯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몽테뉴와 앙드레 지드의 만남으로 새롭게 읽는 고전 『수상록』. 삶과 철학,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를 건네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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