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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근대사 100장면 1 : 몰락의 시대 - 진실을 밝혀내는 박종인의 역사 전쟁 ㅣ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 1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4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팩트로 본 조선의 몰락과 대한민국 건국의 근대사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 “역사의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 누구인가!” 박종인 기자의 질문이 의미심장합니다.
우리가 익히 배웠던 근대사가 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이익에 맞춰 왜곡된 이야기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답은 분명합니다. 역사는 팩트(fact), 그 자체로 직면해야만 한다는 것. 박종인 기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란 그 자체로 아름답거나 추하지 않고, 오직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박종인 기자는 “팩트를 믿는다. 그것이 진실의 힘이다”라는 신념으로 가짜 역사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30여 년간의 기자 생활에서 얻은 방대한 취재 자료와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재구성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정조 시대부터 대원군 시대, 고종과 민씨 시대, 개혁과 식민지, 해방과 건국까지 대한민국의 근대사에서 100가지 결정적인 순간들을 다룹니다. 그런데 이 순간들은 대다수가 학교 역사 교과서에서는 생략되거나 미화된 부분들입니다.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권 몰락의 시대에서는 영조와 정조 시대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부터 고종-민씨 시대까지를 다룹니다.
우리가 흔히 듣던 태평성대라는 수식어 뒤에는 망원경을 부숴버린 영조의 비합리성과 정보 독점을 통해 백성을 통제하려 했던 정조의 문체반정 같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은 백성의 삶을 황폐하게 했고, 조선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대원군의 개혁은 흔히 500년 조선의 부흥을 노린 노력으로 그려지지만, 그 개혁이 얼마나 표류했고 결과적으로 근대화와는 거리가 멀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고종과 민비 시대의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입니다. 고종이 일본군을 부여잡으며 “너희가 떠나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애원했던 장면은 이 시대 조선의 무력함과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여기에 민비와 대원군의 갈등, 그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은 당시 왕조가 얼마나 혼란 속에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한국 근대사만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세계 역사의 흐름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1778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되며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새 장을 열던 때, 조선에서는 박제가의 《북학의》가 묻히고 있었습니다. 1889년, 파리에는 에펠탑이 우뚝 솟아 근대의 상징이 되었지만, 조선에서는 탐관오리 조병갑의 만석보가 쌓이며 동학 농민운동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대조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선은 왜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만듭니다. 세계와 조선을 비교함으로써 당시 조선의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한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조선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수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직시하게 됩니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삼는 것은 우리가 아는 근대사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의 백미는 저자 박종인 기자의 철저한 고증과 취재에 있습니다. 기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국내외의 방대한 사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감춰지고 왜곡된 역사적 사건들이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