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대전환 -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역사의 시그니처 4
김혜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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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250년 전 칸트의 질문으로 AI 시대를 말하는 책 <인식의 대전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혜숙 저자의 이 책은 낯설고 어려운 칸트 철학을 안내합니다. 칸트의 대표작 『순수이성비판』에서 핵심 문단을 발췌하여 칸트 철학의 본질을 차근차근 해설합니다.


칸트는 18세기 유럽 철학계를 뒤흔들었던 혁신가였습니다. 뉴턴의 과학 혁명이 우주의 법칙을 증명하며 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듯, 칸트는 철학에서 인식의 법칙을 탐구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칸트는 이전 철학이 탐구하지 못했던 본질적 질문, "도대체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형이상학을 인식론으로 전환시켰습니다. 형이상학은 "세상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칸트의 인식론은 "우리는 무엇을 알고, 어떻게 아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대표적인 비유는 바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입니다.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하며 우주의 중심을 바꿨듯이, 칸트는 "지식의 중심은 세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선언하며 철학의 중심을 바꿨습니다.





김혜숙 교수는 칸트 철학의 중심 질문인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에 주목합니다. 칸트는 인간의 인식이 단순히 외부 세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구조와 능동적 판단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당시 철학계에 충격을 주었고, 철학의 근본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인식의 대전환>은 칸트가 철학적 사유를 시작한 배경과 이를 통해 도달한 현상과 물자체 개념을 체계적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들어온 현대 사회에서 칸트의 문제의식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합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다는 것'의 본질은 칸트적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인식의 대전환>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47개 문단으로 압축했습니다. 김혜숙 교수는 칸트의 핵심 개념을 단순화해 설명하면서도, 철학적 깊이를 잃지 않습니다.


'선험적 감성론'(세상을 경험하는 방식)과 '오성의 범주'(받아들인 경험을 조직하고 해석하는 사고의 틀) 같은 개념을 일상 사례로 설명하며 철학적 논의의 뿌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칸트가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사유의 틀을 바꿔 인식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혁명적 발상이었습니다. <인식의 대전환>에서는 칸트가 철학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철학적 모험 여정을 펼쳐 보입니다.


가상현실, 가짜뉴스, 알고리즘의 홍수 속에서 진리란 무엇일까요? 칸트는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신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이런 칸트적 질문이 오늘날에도 윤리적·철학적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형이상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도록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왜 나는 존재하는가?" "우주의 시작은 무엇인가?" 같은 물음을 던지고 삶의 큰 그림을 보게 합니다.


반면 인식론은 '안다는 것' 자체를 탐구하는 철학의 분야입니다. 우리가 뭘 알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정말 믿어도 되는지를 따집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지식의 한계를 점검하도록 도와줍니다. "내가 믿는 것이 진짜 사실인가?" "가짜뉴스를 어떻게 걸러낼까?" 같은 고민에 답을 찾게 합니다.





칸트는 우리가 단순히 경험(감각)만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성과 선험적 구조(이미 우리 머릿속에 있는 틀)가 결합되어 세상을 인식한다고 말합니다.


인식론은 "우리는 어떻게 지식을 얻는 걸까?"라는 지식의 근원에서 시작해 "내가 믿는 것이 진짜 진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라는 진리와 믿음에 대해, 그리고 "내가 보고 느낀 것만 믿어도 될까, 아니면 이성적인 사고로 더 깊이 생각해야 할까?"라는 경험과 이성에 대한 질문까지 다룹니다. AI와 가상현실 시대, 칸트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칸트는 우리의 인식이 매우 강력하지만, 동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근대 철학의 출발점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 명제는 칸트의 비판 대상이 됩니다.


"생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지, 생각하는 주체의 본질이나 존재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는 인간 인식의 조건을 보여줄 뿐, 자아의 본질적 존재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말이죠. 칸트는 우리가 인식의 한계를 깨닫고 겸허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알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겸손함에 대해 일깨웁니다.


가짜뉴스와 사회적 혼란 속에서 칸트 철학의 효용성을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식의 대전환>은 단순히 칸트 철학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칸트가 던진 질문들은 25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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