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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이혼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솔직하고 위트 있는 기록 <잘 쓴 이혼일지>. 이혼을 겪어가는 과정을 법적, 현실적, 정서적, 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혼 후유증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관계의 해체와 그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자아 발견의 기록입니다.
15년 차 예능 방송 작가로 활동해 온 이휘 작가. 서른넷에 이혼했습니다. 그것도 무탈하고 정갈하게. 창피하거나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이혼을 겪으며 타인의 기준에 대해서 덜 예민해지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혼 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작가의 경험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이혼 바이블이지만 이별의 고통, 관계의 해체를 겪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6주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한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는 힘든 사람들이 서로가 잘 지낸다는 신호를 무사히 주고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괜찮으면 괜찮아서,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잘 겪어냈고 잘 지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 p9
자신의 인생을 BC(Before Crisis, 이혼 전)와 AD(After Divorce, 이혼 후)로 구분합니다. 이혼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전환점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연애할 때 '오늘부터 1일'이라는 말처럼 이혼을 제안한 날을 기점으로 과거와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혼 과정의 단계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작가의 감정과 심리적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잘 쓴 이혼일지>는 법적, 현실적, 정서적, 물리적 이별의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혼의 복잡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혼은 법적 서류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법적 이혼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고뇌와 성찰의 연속이었습니다. 이혼 과정을 감정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위트와 절박함이 뒤섞인 담담한 목소리로 서술합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 p31
1부 법적 이별 편에서는 이혼 결심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삶과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출발점입니다. 자신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게 됩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서적 피로, 관계의 소진,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 등이 복합적으로 숨어있습니다.
2부 현실적 이별 편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는 지점입니다. 이혼은 서류 상으로 끝났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관계는 어찌나 복잡한지요. 청첩장을 뿌리는 마음으로 소식을 전해야 했습니다. 살림살이도 반으로 찢어야 합니다.
3부 정서적 이별 편에서는 관계의 끝자락에 너무 오래 머물렀음을 자각하는 순간을 담아냅니다.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더 일찍 결단을 내리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후회를 통해 배운 것들이 있고,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수용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혼을 결심한 후 돌아보는 지난 시간이 고통스럽고 후회스럽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동안 참고 견뎠던 결혼 생활의 문제점들을 돌아보며, 왜 이혼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를 들려줍니다.
"하고 싶어서 한 이혼인데, 이혼하고 이사까지 하면서 왜 우냐는 질문은 이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 p193
4부 물리적 이혼 편에서는 이혼 후의 삶을 조망합니다. 이혼 후에 찾아온 감정들, 새롭게 맞이하는 일상,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재정, 생활 패턴, 감정적 변화 등 이혼 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자신의 삶을 재설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혼을 단순한 관계의 해체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자아 발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입니다. 이혼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초기 과정에서 겪은 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아 성찰과 새로운 시작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이혼의 다차원적 측면을 단계적으로 다루며, 이혼 과정을 담백한 표현으로 풀어낸 <잘 쓴 이혼일지>. 이혼 전후의 감정 변화, 법적 절차, 그리고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안겨줍니다..
모두가 겪지는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이혼. 작가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지나간 관계를 돌아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혼이 단순한 실패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심을 담아낸 <잘 쓴 이혼일지>. 사회적 시선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선택을 지켜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