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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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놀라운 발견들을 통해 우리에게 세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론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자비네 호젠펠더 저자는 물리학이 과연 어디까지 진실을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다중우주 등 다양한 물리학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이 이론들이 실제로 우리의 경험적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합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바라보는 저 별빛이 사실 수억 광년 전의 것이라면, 어딘가에서 우리의 과거를 볼 수 있을까요? 다른 우주에 우리의 복제본이 존재할까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봅니다.


저자는 과학과 종교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합니다. 믿음(신념)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 무조건 과학과 양립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믿음을 비과학적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과학의 반대는 무과학일 뿐입니다.


과학과 양립할 수 있는 믿음 중 하나가 우리 우주의 기원입니다. 과학이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합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현재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과학과 믿음이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는지 들려줍니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아는 한에서는”이라는 단서를 붙입니다. 물리학의 한계를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경험적으로 확인된 지식과 당신의 믿음이 충돌한다면, 당신은 의미를 찾고 있는 게 아니라 망상에 빠진 것’이라며 과학적 사실도 존중해 주길 바라는 저자입니다.


반대로 과학적 사실이라고 당연하게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도 정말 그럴까? 하며 의문을 짚어주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한 “현재 우리가 아는 한에서는”이라는 말에 담긴 무게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비판적 사고란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배우는 시간입니다.


물리학에서 우리가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대개 직관에 반하는 개념이기 때문일 겁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알아채지 못하거든요. 지금의 북극성은 434년 전의 모습이고, 지금 태양은 8분 전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사물 역시 아주 조금 전의 모습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보는 별빛이 수억 광년 전의 것이라는 사실을 시작으로, 과거가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가 과거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합니다.





우주론만 해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시작이 어떻든 결과는 지금 우리 우주입니다. 다양한 이론들이 과연 관측 가능한 증거에 기반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추측에 불과한지를 분석합니다.


우주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조화모형은 왜 좋은 과학 이론 사례인지, 반면 창조 설화들이 거짓임을 물리학은 왜 입증할 수 없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갑니다. 과학적 설명과 비과학적(나쁜 과학적) 설명을 구분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입니다.


좋은 과학 이론은 적은 수의 가정으로부터 수많은 관측 결과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과학적인 언어로 무언가를 설명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해야 저자가 제기하는 의문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은 과학이고, 자연현상의 관측을 서술하는 거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떠올리게 합니다. 과학의 목적은 세상을 유용하게 서술할 방법을 찾는 겁니다. 유용하다는 뜻은 새로운 실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거나, 이미 존재하는 관측을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거라고 합니다.


양자역학의 기이함은 무엇 때문인지, 다중우주, 자유의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어느 지점에서 과학이 아닌 무과학이 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마디로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들이 때로는 과학적인 근거보다 신념에 기반한 추측에 더 가까운 것이 있음을 지적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경계를 짚어줍니다.





이 책에는 저명한 물리학자 팀 파머, 데이비드 도이치, 로저 펜로즈, 지야 메랄리와의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물리학이나 우주론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가진 독자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리학의 한계를 이해하고 과학적 탐구의 경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한 번쯤은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주제인 만큼 물리학에 낯선 독자들도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핵심 용어 설명과 꼼꼼한 인덱스가 도움 됩니다.


과학과 신념의 경계에서 물리학의 진실을 탐구하는 책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내가 뭘 믿고 안 믿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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