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부능선에서
민병재 지음 / 좋은땅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보물 지도를 발견한 기분이 듭니다. 거침없는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탐구하며 존재와 사유의 깊이를 시와 수필로 선사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애수, 우주의 시선에서 본 인간의 삶,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와 정치에 대한 글이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걷는 동반자처럼 펼쳐접니다.


첫 번째 챕터 ‘고향, 어머니 그리고 눈물’에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애수가 담긴 글은 고요한 밤, 잃어버린 시간을 조용히 불러내는 듯합니다.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며 가슴 깊이 묻어둔 감정을 풀어냅니다.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를 마주할 때면 내 어머니와의 추억을 불러오게 됩니다.


고향의 자연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는 마음이 청아해지는 기분입니다. 쏙독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하나의 쏙독새가 되어 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챕터 ‘인생과 우주’에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광대한 우주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민병재 작가는 단순히 생과 사의 문제를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이의 공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모색합니다.


"쓰지 않는 마음은 이미 마음이 아니다. 부득이 마음이라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쓰지 않을 때의 마음은 모든 존재에게 동일한 본성이며 필요할 때 꺼내어 용도에 맞게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보관창고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무명의 창고에서 문득 뛰쳐나온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은 작용할 때 비로소 마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며 구체적 쓰임새에 따라 선용심, 악용심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마음은 쓰는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고락과 일생의 성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 p144


마치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글이 가득합니다. 우주의 시선을 빌려 인간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의 일상적인 고민들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며, 생명은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임을 이야기합니다. 생사의 매듭 풀기 글을 읽으며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챕터 ‘흰소리 떫은 소리’에서는 사회와 정치 현상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입니다. 민병재 작가는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봅니다.


전통적인 가치와 현재의 변화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며 작가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작가는 봄비처럼 부드럽게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무조건적인 반대와 투쟁보다는 조화로운 변화를 추구할 것을 제안합니다.


민병재 작가는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깊은 사유의 여정을 떠나도록 독려합니다. <칠부능선에서>를 통해 인생을 마치 산의 칠부능선을 걷는 여정으로 비유합니다. 칠부능선은 정상까지는 아직 멀고, 돌아가기에도 너무 멀리 온 지점입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작가와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의 글은 한자가 많아 진입장벽이 있지만 곱씹을 만한 깊이 있는 대화의 매력을 선사합니다. 삶의 칠부능선에서 당신은 어떤 여정을 걷고 있나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