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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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더가 찾아 읽는 지식교양 스토리셀러 박상현 저자가 들려주는 차별의 무지를 깨우는 도끼 같은 이야기들 <친애하는 슐츠 씨>. 대중에게 스며든 사회적 편견을 다룬 책입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다양한 차별의 사례들을 통해 무지로 인한 편견이 어떻게 사회에 뿌리내려왔는지를 조명합니다.


왜 여자 옷에는 주머니가 없거나 스마트폰 하나 넣기 힘든 작은 주머니가 달려있을까요? 그저 패션의 문제일까요? 대학에 합격하고도 첫 학기가 되기 전에 진학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서머멜트 현상이 왜 유독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흔한 현상일까요?


무지에서 비롯된 차별과 배제를 다룬 <친애하는 슐츠 씨>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편견을 강화해온 낡은 생각들을 마주해봅니다.


기회균등이라는 공정을 추구하는 시대이지만 이상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습니다. 멜라니의 이야기는 결핍의 덫에 빠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시행된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학습 기회를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사립학교 필드스톤 고등학교와 공립학교 유니버시티 하이츠 고등학교 간의 학생들이 참여했는데요.


유니버시티 하이츠 학생 중 똑똑하다고 인정받던 멜라니는 이 경험이 전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우수한 교육 환경을 갖춘 필드스톤 고등학교에 비해 원하는 수업조차 없던 유니버시티 하이츠 고등학교의 간극을 실감했고 결국 필드스톤에서 소란을 피우고 자퇴를 하기에 이릅니다.


멜라니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학생의 실패가 아닙니다. 결핍의 덫을 상징합니다. 기회균등을 목표로 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지만 멜라니에게는 오히려 더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반면 이를 동기부여 삼아 대학 진학에 성공한 사례도 많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중산층 진입에 실패합니다. 장학금을 받아봤자 생활비가 없어 일을 병행해야 하니 공부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입학의 기회를 거머쥐었어도 교재 살 돈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돈이나 시간 등의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결핍의 덫. 현재 상황을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동등한 경쟁의 의미, 성공을 개인 노력의 결과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젠더에 대한 화두도 놓칠 수 없습니다. 여자 옷에는 주머니가 없거나, 지나치게 작거나, 무늬만 주머니인 옷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주머니의 역사를 살펴보면 단순한 패션 트렌드가 아니라 성차별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주머니는 단순히 물건을 담는 공간을 넘어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징합니다. 주머니는 일하는 남자들, 유능한 남자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여군부대는 핸드백을 들고 있습니다. 군인인데도 여군 제복에 주머니 덮개만 있을 뿐 진짜 주머니는 없었다고 합니다.


주머니 없는 여자의 옷은 여성이 해야 할 일과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거라고 합니다. 주머니는 단순한 패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역할과 자율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반영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래되고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깨닫고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상식적인 결정을 내린 이들이 있습니다. <친애하는 슐츠 씨>에서는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스누피라고 부르는 20세기의 유명한 만화 <피너츠>에 인종, 젠더 이슈가 있었다는 거 아시나요? 주인공 찰리 브라운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지만 이 만화에 등장하는 다른 여자아이 캐릭터들은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 만화가 인기를 끌던 20세기 중반에는 스포츠가 남학생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현실과 만화의 간극이 컸습니다. 성별을 기준으로 스포츠 활동에 제한을 두는 것을 금지하는 타이틀 나인 연방법이 생겼지만 여학생들의 교내 스포츠 활동은 권장되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타이틀 나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찰스 슐츠는 패티의 에피소드를 통해 여자아이들이 스포츠 활동을 하는 걸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게 대중을 변화시킵니다.


1968년에는 처음으로 프랭클린이라는 흑인 아이 캐릭터를 소개했습니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사회에서 프랭클린의 등장은 혁신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해리엇 글릭먼이라는 여성의 편지가 계기가 됩니다. 처음에는 "저는 해결책을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로 흑인 캐릭터의 등장에 긍정적으로 답을 내놓진 못했던 슐츠 씨. 그 답장을 본 글릭먼은 두 명의 흑인 친구들의 의견을 받아 다시 한번 편지를 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찰스 슐츠는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그리고 슐츠는 백인 독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인종 갈등 극복의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게끔 그려냅니다.


전반적으로 미국 사례를 끌어다 쓰지만 한국 사회의 모습도 다를 바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무서운 뿌리 깊은 차별과 배제를 직시하게 하는 <친애하는 슐츠 씨>.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사례들이기에 우리 안의 무지를 깨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인종, 젠더, 다양성, 정신 건강 등 사회에 자리 잡은 편견과 차별을 직시하고,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 주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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