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 네덜란드로 간 한국인 승무원, 살아 있는 더치 문화를 만나다!
신수정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5월
평점 :
30대 후반에 KLM 네덜란드 항공 승무원이 된 신수정 저자의 네덜란드 문화 적응기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인생의 새로운 차원을 열게 된 저자는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합니다. 네덜란드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레짐작했던 개방적인 사고방식은 문화 충돌이라 부를 만큼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미국과 영국 문화와는 또 다른 곳이었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정체성을 가진 네덜란드인들의 일상과 삶의 가치관을 알아가며 네덜란드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에세이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두 나라의 차이에서 오는 인사이트는 신선한 영감을 안겨줍니다.
저자가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실수해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들은 삶의 불완전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삶의 철학은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에 그저 안주하자는 건 아닙니다. 적당히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기준을 가지고 살면서 실수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결에 집중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유와 관용,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합니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이고, 동성 관계에 진보적인 나라입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파트너 등록제 제도를 통해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네덜란드인의 독특한 삶의 철학은 그냥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식민지 개척의 역사와 제2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를 모두 갖고 있는 네덜란드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듣는 더치식 폴더 모델의 영향도 큽니다.
네덜란드인들과 일할 땐 돌려 말하지 말라고 조언할 만큼 직설적 매운맛 화법은 기본입니다. 배려한답시고 에둘러 말하거나, 싸우려 드는 화법이 아니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인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궂은 날씨와 척박한 환경은 네덜란드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칼뱅주의 영향으로 검소하고 절약하는 분위기에서 음식 역시 소박한 느낌입니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는데요. N 분의 1이라는 더치페이는 영국이 식민지 개척과 해상무역에서 경쟁관계인 네덜란드 사람들을 비난하려고 부정적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실제 네덜란드는 한턱을 내거나 대접을 뜻하는 의미의 더치 트리트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역사들을 소개하며 네덜란드 문화의 아름다움과 삶의 방식을 전달하는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부러운 문화도 분명 있지만 그 역시 무조건적으로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고방식만큼은 부럽습니다. 내가 가진 편협한 사고방식의 확장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유연한 근로 시간제가 있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한 해외 적응기가 아닙니다. 네덜란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책을 함께 읽으며 더 넓은 시각을 펼쳐가는 신수정 저자의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네덜란드 문화를 배워나가며 깨닫는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