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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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의 얼굴에 바이칼호의 추위가 서려 있다.” 하셨다고 합니다. 추위를 견디려 코는 낮아지고, 눈두덩은 두꺼워졌습니다. 혹한 속에서 한반도에 이른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얼굴입니다.


한국 문화 대탐사의 완결편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신간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한국인 얼굴 대장정의 시간입니다. 내 얼굴에 스며든 한국인의 얼굴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이어령 저자의 유작입니다.


온전한 생물학적 얼굴은 과학적으로, 문화를 입은 얼굴은 역사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과학과 인문으로 얼굴을 탐색하는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차가우며, 가장 크고, 가장 깊은 담수호 바이칼호. 이 책은 한국인이 시베리아의 극한 추위를 극복하고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시베리아 기원설을 따르는 저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동남아시아 기원설도 있습니다.


한국인 얼굴을 분석한 최창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북방계형 얼굴과 남방계형 얼굴을 가진 인구 비율이 반반이라고 합니다.


북방계 얼굴은 타원형으로 이마가 넓고 눈썹이 흐리며 눈과 입이 작은 편입니다. 남방계 얼굴은 역오각형에 이마가 좁고 눈썹이 진하며 눈이 큰 편입니다.


북방계와 남방계의 중간형은 내륙 지방에 특히 많을 테지요. 북방계 신석기인과 남방계 아시아인이 수천 년간 유전적으로 섞이면서 현대 한국인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인만의 4가지 특징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재밌습니다. 눈이 세계 1등으로 작고, 털이 없기로 1등, 두상 큰 걸로 1등, 치아 큰 걸로 1등이라고 합니다.


특히 어금니가 크기 때문에 서양식의 씹는 츄잉이 아닌 갈아버리는 그라인딩 방식을 사용하면서 턱과 광대뼈가 발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얼굴은 유전적 얼굴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문화의 얼굴도 있습니다. 수백 년을 거쳐 오면서 생성된 문화의 얼굴. 한국인의 문화적 특징이 쌓인 얼굴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진진합니다.


한국인이 잘 못하는 게 윙크라고 합니다.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식이라 멋스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적 무표정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표정이 다채롭지 않습니다. 호탕하게 웃기보다 웃는 듯 안 웃는 듯 아리송한 미소를 짓습니다.


고분의 벽화, 불상, 장승, 풍속화와 추상화 등에서 한국인의 보편적 얼굴을 유추해 보면 한국적인 미소가 무엇인지 실감됩니다.





성형공화국 시대에 옛 한국 여성이 지닌 아름다움의 미를 되짚어보기도 합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흔히 말하는 부잣집 맏며느리감 얼굴은 아니지 않나요? 미인에 대한 가치관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서양인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미의식이 작동하기 시작한 시대부터 전통 미인상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골격도 바뀌고 있습니다. 턱뼈가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게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합니다. 조용진 얼굴연구소장은 한국어 발음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합니다.


한국어 발음 중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 어금니에서 나는 소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어의 '좋다'를 발음할 때 '조'에다 후음 'ㅎ'을 붙여서 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제는 그냥 '조타'로 쉽게 발음해버린다고 합니다. 후음을 발음하는 신경회로의 사용이 덜해진 겁니다. 얼굴과 발음의 상호 연결성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후 세계로 퍼져나간 인류. 모험 유전자 덕분에 바이칼호를 거쳐 한반도에 정착하며 한국인의 선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얼굴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어령 저자는 이모티콘과 화장, 성형수술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오늘날 우리 얼굴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눈빛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이죠. 눈빛 없는 도형들로 소통하며 우리가 잃은 것들이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 DNA 속 한국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내 얼굴에 담긴 인류 역사와 문화를 통해 한국인의 숨결을 읽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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