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레랑스 독서토론 - 몽선생, 프랑스식 ‘관용 수업’에 도전하다,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우수 추천 도서
배진시 지음 / 일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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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몽테뉴 인문학 아지트를 만들어 글쓰고 토론하는 일을 하는 배진시 저자의 독서토론 <똘레랑스 독서토론>. 읽는 내내 공감 가득입니다. 성장하는 독서교육, 정말 꿈꾸던 교육인데요. 이걸 실천하고 계신 분이 있으셨네요.


왜 이렇게 놀랬냐면 이 책에서 수업받는 사람들이 바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이런 수업 방식을 따라준 부모들이 있다는 것도 기뻤고, 말로만 독서토론을 외치며 또 하나의 공부가 되어버린 사교육에 경조를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똘레랑스 독서토론>에는 미취학 아동부터 그저 놀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 책 안 읽는 중학생, 문장 해독이 안 되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이 아이들과 직접 독서토론 수업을 하며 기록한 이야기, 궁금하시죠?


프랑스에서 철학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몽테뉴 인문학 아지트를 만들어 글쓰고 토론하는 일을 하는 배진시 저자. 어린이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며 꾸준히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독서토론 문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들의 토론 문화와 살롱 문화를 한국에 가져오고 싶을 만큼 부러웠다는 저자는 사실 처음엔 한국 교육 현실에서 가능할까 스스로도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해냈습니다.​


똘레랑스(관용) 가치는 다름을 인정하고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걸 뜻합니다.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똘레랑스 가치는 토론과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토론이라 하면 언쟁으로 끝나는 찝찝한 토론이 먼저 떠오를 만큼 성숙한 토론 문화가 여전히 낯섭니다.





토론 수업이라 하면 말 잘하는 아이만 가능할 거란 생각부터 듭니다. 미리 배경지식을 완벽하게 공부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진시 저자의 똘레랑스 독서토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억압, 통제, 지시 대신 관용을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수업합니다. 이 책에는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반응하고, 아이들이 "내일 또 오고 싶어요!"를 외치는 수업으로 이끄는지 대화 예시를 통해 낱낱이 보여줍니다.


다툼이 생기면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엇 때문에 충돌했는지, 왜 양보하지 않았는지, 아이들이 토론해 갈등을 풀도록 합니다. 선생님의 개입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글쓰기에는 첨삭 지도를 하지 않습니다. 글은 또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독서, 토론, 글쓰기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을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문제당 답을 3페이지 정도는 써야 합니다. 2021년에는 "토론은 폭력을 막는가?"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저도 3페이지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숙성해야 쓸 수 있듯 독서토론의 유용성을 이 책에서 한껏 보여줍니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읽고, 같은 느낌과 결론에 이르게 하는 독서는 아이들에게 결국 독이 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토론은 합일점을 찾으려는 게 아닙니다.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이기고 꺾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진짜 토론은 설득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상대방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토론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이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줄여주는 영향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아이들과의 독서토론은 여러 생각을 들어보며 사고를 확장하려는 데 목적을 둡니다. 저자의 수업은 서로 생각이 다름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다름을 스스로 깨치며 배워나갑니다.





다양한 감정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 어떤 부모교육서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책 속 주인공 감정과 유사한 경험이 있을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듯,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감정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자고 조언합니다.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 생각이나 감정을 강요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감상평을 베끼기만 합니다.


똘레랑스 독서토론은 자료를 준비해 읽기만 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읽기만 해서는 생각주머니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토론은 발표가 아닙니다. 서로 말을 주고받아야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현실적으로 기다림의 육아는 힘들고, 놀면서 즐기면서 하는 공부에 의심이 들기도 하고... 부모라면 저마다 불안감이 들겠지만 똘레랑스 독서토론은 결국 그 불안감에서 해방시켜줍니다. 똘레랑스 독서토론으로 생각주머니를 키워가는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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