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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교사 위광조
꿈몽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2월
평점 :
건강한 학교를 꿈꾸는 초등학교 교사 셋이 쓰고 그린 소설 <학폭교사 위광조>. 학교 밖 사람들은 모르는 학교폭력의 실상을 그림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보여줍니다. 미디어, 드라마에서 봐왔던 학폭과는 다른, 진짜 학교폭력의 리얼리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소설로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바라지만,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학교 안 현실이 이렇다는 걸 결국 드러낸 셈입니다.
교사 입장에서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여름 방학에 다른 지역에서 또래 아이와 말싸움을 하더라도, 체육 수업 시간에 피구 시합을 하다가 공을 던져 누군가를 아웃시켜도, 간식을 나눠주다가 개수가 부족해서 한 명을 못 주게 되는 상황에서도, 그냥 길을 지나가다가 만난 한 아이가 기분이 나빠져도 학교폭력 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 거라고 말입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신고'를 하고 그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 당한 아이는 최대 7일까지 교실에서 쫓겨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고를 남발하는 가짜 학교폭력 때문에 진짜 학교폭력에 대한 처리마저 한계에 직면한다는 겁니다.
먼저 신고만 하면 되는 제도를 악용하니,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을 지혜로운 대화와 소통으로 풀지 못한 채 아이들은 고통을 겪습니다. 이 문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 내부에서 실제 일어나는 학교폭력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의 법적 정의는 타인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소설 <학폭교사 위광조>는 6학년 담임이자 생활부장으로 복직한 위광조 선생님이 맞닥뜨리는 학교생활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교사계의 3D 업무라 불리는 생활부장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가 빼곡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광조 선생님의 학교폭력 첫 번째 사안은 이렇습니다. 복도를 달리며 달리기 시합을 하며 장난치던 아이 둘이 시합 과정에서 실랑이가 생깁니다. 한 아이가 '메롱'이라고 놀리고는 달려갑니다. 끝.
아이의 어머니는 상대 아이의 강제전학 요구를 원할 만큼 화가 난 채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정작 메롱이라고 놀림받은 아이는 그 친구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합니다. 기분은 나빴지만 늘 그러고 논다고 말이죠. 어머니가 학폭 신고한 사실도 모릅니다.
광조 선생님은 아이에게 학교폭력 신고 과정을 설명하며 마음속으로는 일이 쉽게 끝날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이 샘솟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재밌겠다며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아이의 생각 방식을 도통 이해하기 힘듭니다.
사소한 괴롭힘, 학생들이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위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가이드북. 학교폭력이 누가 봐도 아닌데도, 학교폭력이라고 우기는 것까지 다 받아줘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교육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다 오히려 학교폭력 은폐라는 오명을 받은 교사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학교폭력은 누군가가 피해를 주장하면 접수가 되어야만 하고, 교사는 이 과정에서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합니다.
<학폭교사 위광조>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패거리를 만들어 자기보다 약하거나 조금 모자라다 싶은 아이들을 놀리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형적인 일진놀이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그저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지만 하필 위광조 선생님이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신고해 봤자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고한다고 그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걸 정말 멈출까? 이때 위광조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피해 학생을 설득합니다. 왜냐하면 신고가 되어야만 교사가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근거로 교육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적하면, 교사가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며 되려 신고 당하고 기소까지 이뤄지게 되는 현실입니다. 이처럼 정말 학교폭력으로 처리되어야 할 사안은 흐지부지되기 일쑤입니다.
학교폭력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학교폭력을 단순화해 일반화하고,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읽다 보면 울화가 솟구치는 장면이 비일비재합니다. 위광조 선생님의 답답함이 이해됩니다. 교사인지 경찰서에 소속된 직원인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사안마다 해결해야 할 일이 정말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반 운영에 신경 쓰며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위광조 선생님. 그의 바람대로 잘 흘러갈 수 있을까요.
학교폭력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매번 등장하고 정책도 참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진짜 학교 안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그토록 명확해야 할 법이란 게 참 모호합니다. 글로만 마주하면 번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정작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가 빠진 채 학교를 이야기하는 정책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학폭교사 위광조>. 학교폭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학교폭력 문제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 소설이자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학교폭력 현실을 제대로 알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겁니다.
소설 속 광조 선생님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지만 이런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고,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목소리를 모으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