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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ㅣ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평점 :
<이방인>, <페스트>와 함께 카뮈의 3대 작품으로 꼽히는 소설 <전락 la chute>.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여행의 마지막 종착역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카뮈가 이 소설을 집필할 무렵 외부 상황에 의해 이쪽과 저쪽에서 모두 비난받으며 난처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전락>은 그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카뮈의 생각과 삶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입니다. 1인극으로 공연되기도 할 만큼 주인공 클라망스라는 인물 혼자 이 소설을 이끌어갑니다.
스스로를 “재판관 겸 참회자”로 지칭한 변호사 클라망스. 카뮈는 서문에서 “남에게 심판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자기 자신을 비판한다."라며 이 같은 행동이 현대적인 마음의 소유자의 본성임을 짚어줍니다.
더불어 스스로를 비판하는 행동에 대해 “그것은 남들을 더 마음껏 심판할 수 있기 위해서다”라며 고백과 고발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음을 보여줍니다. 소설 <전락>은 클라망스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이중성과 위선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센 강에서 한 여자가 자살하는 것을 보고도 지나쳐버린 날. 클라망스는 자신의 완벽함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스스로 도덕의 추락을 인지하게 됩니다. 변호를 하고, 적선을 하고, 예의를 갖추는 등 그동안 했던 모든 행동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나는 내 생애를 어떤 이중심리 상태에서 살았고 내가 한 가장 심각한 행동은 흔히 내가 책임감을 가장 덜 느끼면서 하는 행동이었어요." - p99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었지만, 클라망스의 내면은 혼란스럽고 상처 입은 상태가 됩니다. 모두가 자신을 심판할 것만 같습니다. 세상 전체가 내 주위에서 마구 웃어대기 시작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정의라는 말만 들어도 분노가 치밉니다. 그래서 그는 “재판관 겸 참회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남들을 비판할 권리를 갖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통렬히 비판해야 했다는 클라망스. 우선 참회자의 역할을 수행하다 (지금처럼 공개적인 고백을 하며 자신을 고발하는 것) 마침내는 재판관이 되어야 했던 겁니다.
클라망스는 당시 인간상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정신세계는 곧 우리 모두의 보편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김화영 교수는 방대한 분량의 카뮈 전집을 번역한 국내 최고의 카뮈 전문가입니다. 김화영 교수의 방대한 해설은 논문 수준입니다. 문장 속에 담긴 의미와 단어의 이중성, 맥락을 풀어내며 <전락>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 탄생 110주년을 맞이해 책세상 출판사에서 새로운 장정과 번역으로 새롭게 카뮈 전집을 내놓았습니다. 김화영 번역가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원작의 매력을 살려냈습니다. 카뮈의 소설, 단편집 외 작가수첩, 여행일기, 시사평론까지 카뮈 여행을 떠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