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통의 언어들 (개정증보판 포레스트 에디션)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작사가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이 20만 부 기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청량하면서도 달콤한 일러스트 표지로 장식된 포레스트 에디션으로 읽어봅니다.
마음 깊숙한 곳을 탁 건드리는 가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어려운 단어 없이 흔한 일상의 언어만으로도 감정을 건드리는 마법 같은 일을 해내지요. 그 어려운 작업을 해내는 김이나 작사가의 언어를 다루는 태도를 슬쩍 엿볼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가장 가까운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관성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내가 쓰는 언어가 내 삶의 질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등한시하고 있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갇히게 됩니다.
일상 속 보통의 언어들을 나는 어떤 식으로 사용해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흔한 단어를 흔하지 않게, 단순한 이야기를 단순하지 않게 만드는 작사가 김이나의 매력이 듬뿍 담겼습니다.
관계, 감정, 자존감과 관련한 언어들을 만나봅니다. 우리가 평소 흔하게 사용하는 말들을 새롭게 정의 내립니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김이나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한 언어들이라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는 언어의 재발견을 하는 시간입니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 p48, 보통의 언어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하기도 합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감정서랍이 있으니 공감하기 힘들 때도 물론 있고,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할 때도 많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얼마나 공감을 받는지 생각해 봅니다.
공감에 대한 김이나 작가의 관점은 새롭습니다. 작사가로서 자신의 내밀한 기억을 가사로 써 내려갈 때 '쓰는 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덜 구체적이고 넓은 테두리에서 보편적으로 써야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오더라는 걸 깨닫습니다. 더불어 내가 겪은 일이어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위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경험합니다.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면 그게 바로 공감이 되는 거라고 합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간직하고픈 문장이 참 많습니다. 책 속 문장을 다양한 편집 기법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는 페이지도 매력 있습니다.
'실망하다'라는 단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인상 깊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지만 실망감이 들 때 배신감도 따라옵니다. 여기서 김이나 작가는 '실망하다'라는 말에 숨은 감정을 포착합니다.
실망은 상대로 인해 생겨나진 않는다는 걸 일깨웁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p21)"이란 걸 짚어줍니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 김이나 작가는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p21)"는 조언을 합니다. 솔직히 실망 안 하는 게 더 어렵기에 평균점을 찾아가 보자고 합니다. 마음껏 실망하면서 그렇게 진실로 가까워지기를 응원합니다.
유독 힘이 센 말 중에 하나가 '지치다'입니다. 뱉는 순간, 힘이 풀리는 효과를 주는 말입니다. 그래서 입 밖에 내기 두려운 말입니다. 하지만 지쳐 주저앉아 쉬어도 우린 이제 또 쫓기듯 일어나 뛸 게 뻔하니, 두려워 말자는 상냥한 조언을 들려줍니다.
라디오 〈김이나의 밤편지〉의 인상 깊은 오프닝 멘트와 김이나 작사가의 미발표 노랫말도 가득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이나 작가 특유의 단정한 언어로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낸 스테디셀러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유해한 말에서 멀어지고 나를 숨 쉬게 하는 언어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말, 언어 습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비하고 스스로에게 행복을 주는 것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실천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