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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
벤 롤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엘리 / 2023년 6월
평점 :
요즘 지구가 미쳐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재난 재해 수준이 장난 아닙니다. 지구의 균형을 깨뜨린 결과를 우리는 직접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에 남은 거대 자연림은 아마존 열대림과 아북극 북부한대수림뿐입니다. 그런데 지구의 허파라 불러왔던 아마존 밀림은 이제 사바나가 될 운명을 맞이했고, 북부한대수림도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표면의 5분의 1을 덮고 지구상의 모든 나무 종 3분의 1을 거느린 북부한대수림. 사실상 진짜 지구의 허파인 이곳도 더워지면서 이산화탄소 흡수 저장 능력을 잃고 있습니다.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에서는 지구 최북단 숲 북부한대수림에서 기후변화와 수목한계선을 연구한 벤 롤런스의 4년여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수목한계선은 나무의 생장 한계를 나타내는 지도상의 고정된 선입니다. 물론 현재의 서식지를 보여주는 것일 뿐 실제 지구 역사상 수목한계선은 늘 오르락내리락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지구는 과호흡하고 있습니다. 부자연스러울 만큼 빠르게 수목한계선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수목한계선은 몇 백 년에 수십 센티미터가 아니라 해마다 수백 미터씩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나무들이 행군합니다.
북극 툰드라가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그린란드, 알래스카, 캐나다의 기온이 엉망입니다. 생태계가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여 균형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숲-툰드라 이행대와 그 양쪽에 자리한 거대한 툰드라 생태계, 숲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숲의 안정을 생존 전략의 토대로 삼는 동물과 인간은 혼란에 빠집니다. 세계적인 자연사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을 통해 서식지와 생명의 관계를 살펴봤다면,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에서는 숲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섯 종의 나무는 구과수 세 종, 활엽수 세 종입니다.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나무들입니다. 이 나무 종은 나이테가 수천 개가 쌓인 시간을 버텨왔습니다. 강인한 북부의 수종들이 온난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만나봅니다.
저자는 스코틀랜드를 지나는 북방 수목한계선을 찾아 떠났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황폐한 풍경뿐이었습니다. 유럽 남부에서는 이미 가뭄과 열 스트레스 때문에 소나무 바늘잎이 일찍 갈변하고 바스러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현재 기후변화 속도는 해마다 20킬로미터씩 남하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구주소나무의 영역은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말이 되면 구주소나무는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유럽 저지대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노르웨이 솜털자작나무, 러시아 다우르잎갈나무, 알래스카 흰가문비나무와 검은가문비나무, 캐나다 발샴포퓰러, 그린란드마가목까지 북부한대수림 대표 수종을 살펴봅니다.
여러 요인이 얽혀 수종의 서식 가능 범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섬세한 균형을 이뤄 상호작용하는 생태계입니다. 고도나 위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식생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열대와 극지방은 지구 온난화에 훨씬 민감합니다. 나무들은 이미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일찍 감지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인간은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목한계선의 전진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인 노르웨이 순록은 툰드라의 변화로 먹이 찾기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초식동물과 나무의 균형이 깨지면서 순록치기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의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과정을 엿보는 시간입니다. 암울한 현재의 모습 속에서 인간은 무력해집니다. 저자는 이제 이 지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극단적 온난화에 나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숲의 구성원들은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고 있는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입니다.
"우리가 숲과 공진화한 오랜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면 인류가 자연과 결별한 것은 눈 깜짝할 순간의 일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역사보다 길고 넓으며,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아직 결말이 쓰이지 않았다." -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