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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인문 기행 - 동해 바닷가 길에서 만난 우리 역사 이야기
신정일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걸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문화사학자 신정일 저자의 <해파랑길 인문 기행>. 동해 바닷가 길에서 만난 우리 역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해파랑길이라는 이름부터 참 예쁘지요.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의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걷기여행길이 바로 해파랑길입니다. 이 길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바로 신정일 저자입니다.
저자는 2007년 <동해 바닷가를 걷는 동해 트레일> 프로젝트를 통해 19일간의 여정으로 1,600km를 한 발 한 발 걸어가며 우리 국토의 숨결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해 트레일을 국가 정책으로 조성해 줄 것을 제안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금의 750km '해파랑길'을 발표합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이제는 해파랑길을 걸어볼까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중국의 차마고도,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해파랑길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해파랑길>에서는 첫째 날 부산의 스카이워크에서 오륙도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해파랑길 완주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해 열아흐레째 날 화진포까지 동해 바닷가길을 걸은 도보 답사기를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회 먹으러 가거나 해수욕장으로만 찾던 광안리와 해운대와 관련한 역사 이야기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동해바다로 놀러 간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해파랑길의 한 구역을 방문해 본 셈입니다.
저 역시 몇 년 새 놀러 다녔던 곳들이 모두 해파랑길에 속해 있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놀랐습니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을 알고 갔었더라면 또 다른 감동 포인트를 그 자리에서 생생하게 얻었을 텐데 싶더라고요. 그저 풍경에 취하기만 했던 장소를 이렇게 인문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동해안 곳곳에는 수많은 인물의 흔적들이 민담, 설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말갈기처럼 생긴 지형 때문에 붙은 지명, 장기현. 장기에는 조선왕조실록에 3천 번 이상 거명되는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등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던 땅이라며 시대의 논객을 품어준 땅의 역사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파도가 없이 잔잔한 시간이 많아 바다가 편한 곳이라는 의미가 담긴 지명, 영해. 하지만 고려 말기에 왜구 침입이 잦아 수많은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고, 조선 후기 혁명가 이필제가 동학 2대 교주 최시형과 함께 영해민란을 봉기했던 지역이기도 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옛 풍경에 대한 그리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강릉 관동팔경이 담긴 옛시에 등장하는 해돋이와 낙조 그리고 달맞이, 고기잡이배의 야경, 노송에 들어앉은 강문동, 초당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같은 경포팔경의 비경처럼 말입니다.
명파리를 통과할 즈음 통일 안보 교육을 받고 7번 국도를 따라 여러 마을을 지납니다. 통일전망대에 이르면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북녘땅입니다. 북으로 펼쳐진 해금강과 구름 걷히며 나타나는 금강산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야 합니다.
부산 오륙도에서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가를 따라가는 해파랑길. 저자는 걸어가고픈 땅, 북녘 해파랑길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슬픈 한국 전쟁사에 등장하는 흥남부두, 추사 김정희도 유배되었던 북청을 따라 올라가 아오지탄광이 있었던 경흥군까지 동해트레일 종착지를 따라갑니다.
지금은 러시아에 귀속된 섬 녹두도까지 국토 최북단으로 해파랑길 쭉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한 번 걸으면 눈이 멀어도 좋을 길, 여한이 없는 길, 그 길이 바로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대륙으로 가는 동해 해파랑길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