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음식들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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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라는 이름 하에 전 세계의 식단이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전체 칼로리의 50퍼센트는 밀, 벼, 옥수수가 차지하고 감자, 보리, 야자유, 콩, 설탕까지 더하면 전체 칼로리의 75퍼센트가 됩니다. 겨우 몇 가지 안 되는 음식이 식단을 지배하는 겁니다.


획일성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사라져 가는 음식들 (원제 Eating to Extinction)>. 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 댄 살라디노 저자는 수년 천에 걸쳐 만들어진 음식들이 사라지는 비극을 증언합니다.​


세계에서 사장 오래전에 경작된 식품 가운데 하나인 카발자 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튀르키예 동부 밭뙈기 몇 군데만 남아있는 카발자 밀은 이제 희귀한 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세상에 넘쳐나는 게 밀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요?


현재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자라는 밀은 단일종이 뒤덮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 종자 저장고인 스발바르 종자은행에 보관된 밀 종자가 21만 3000종에 달한다는 것을 보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종자은행에 보관된 벼는 17만 종, 옥수수는 3만 9000종, 감자 2만 1000종, 귀리 3만 5000종....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품종들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종자는 고작 기업 네 곳에 장악되어 있고, 세계 치즈 생산의 절반이 회사 한곳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며, 세계 맥주 4분의 1이 양조장 한 곳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이 지배하고 있고,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은 단 한 품종의 돼지 유전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온 세계가 사서 먹는 것이 갈수록 더 똑같아진다." - 사라져가는 음식들


우리는 겨우 몇 안 되는 품종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먹여 살리는 모든 음식에서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품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품종에 적합한 전통 요리법과 다양한 음식 문화도 사라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라져가는 음식들>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음식과 자연이 선사한 다양성의 가치를 짚어줍니다.


음식의 다양성이 쇠퇴하고 많은 음식이 사리질 위기에 처한 현실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임을 일깨웁니다. 인구 증가 및 기아 구원을 위한 식량 생산은 다양성을 희생시켰습니다.


생산량이 극대화된 소수의 신품종으로 대체했습니다. 환경도서 <위험한 유산>에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듯 대량 생산 작물을 키우기 위한 내성 작물 연구 생명공학 발전과 연계된 현상입니다. 빨리 자라고 제초제에 살아남도록 만들어진 작물만 남게 된 겁니다.


그 결과는 극소수 품종에만 의존하는 오늘날의 세계 식량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질병, 해충, 극단적인 기후에 취약하다는 데 있습니다. 게다가 생물 다양성은 농업, 식품, 환경, 식단, 건강 사이에서 상호 작용합니다. 식단이 다양할수록 장내미생물은 더 풍부해집니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에서는 야생식품, 곡물,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치즈, 알코올, 차, 후식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짚어줍니다.


아프리카 하드자족의 채집 생활 방식을 살펴보며 인간의 진화에 연료가 되어준 음식에 대해 고찰합니다. 꿀이 인간의 진화에서 중요하다는 증거를 그들의 식단에서 발견합니다. 전체 칼로리의 5분의 1을 꿀에서 얻는다고 합니다. 근처 농촌 마을 아이들과 비교해 하드자족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훨씬 좋았다고 합니다.


하드자족은 벌꿀길잡이새와와 협업해 꿀을 채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곳도 농업이 스며들었습니다. 옥수수밭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외부인에 의해 수만 헥타르의 땅이 가축용 목초지, 작물 농지로 바뀌었습니다. 야생 꿀을 구할 길이 사라진 겁니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 식용 작물이 소멸하다 보니 NGO와 선교사들이 주는 식품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있는 품종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비극의 주인공은 연산 오계입니다. 오계라고 해서 낯설었는데, 흔히 알고 있는 오골계를 생각하면 됩니다. 대신 발가락 5개의 오골계가 아니라 동의보감에도 등장한 발가락 4개의 토착종 오계를 의미합니다. 연산 오계 품종은 현재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걸 외국인 저자가 쓴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은 다양성을 인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수많은 위기에 처한 음식과 사라졌을 때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문제를 인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


학교 급식의 30퍼센트를 인근 지역 농장이나 품종 다양한 지역 과수원에서 가져오는 정책처럼 사회가 할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획일화된 맛과 품종에 길들여져 고착화된 시스템을 재고하려면 개개인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역 요리의 풍부한 다양성과 풍미를 재발견해 볼까요? 탄소발자국의 일환으로 로컬푸드 가치를 깨닫긴 했지만, 음식 다양성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인지하고, 다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키는 힘을 보탤 수 있게 북돋우는 <사라져 가는 음식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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