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태도 -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이수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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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의 허기를 채우는 문장들의 탄생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기록하는 일상이 습관이 된 이수현 작가의 기록 여정이 담긴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


2020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시체놀이>가 수록된 단편집 <유리 젠가>의 이수현 작가. 그의 문장에는 위태로운 청춘의 길을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걷는 MZ 세대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경력과 강점을 보기 좋게 나열하는 자소서를 쓰다가 순수한 감정으로 써 내려갔던 일기와의 간극에 혼란스러워하는 에피소드로 시작합니다. 한껏 자유로울 수 있는 일기 쓰는 걸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그조차도 그만뒀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일기를 쓸 때면 다음 날이 궁금해졌지만 이제는 다음이 궁금하지 않은 하루하루입니다.


결국 자소서를 쓰다가 새파일을 열어 자판을 뚱땅거립니다. 번잡하고 요동쳤던 마음이 이내 고요해집니다. 그 기분을 참 오랜만에 맛보게 되자 내일 써 내려갈 하루가, 미래가 기대되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일기를 들춰보면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원하는 글을 마음껏 쓰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이수현 작가. 직장생활과 병행한 글 작업 그리고 대학원 생활까지. 다양한 생활의 무늬를 지닌 채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밝힐 때 무척 놀랐습니다. "하나의 자아가 무너졌을 때 또 다른 자아가 회복력이 되어주기 때문"에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발자취를 남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낮에는 IT 회사 서비스 기획자로, 퇴근 후엔 소설가로, 대학원생으로, 누군가의 딸이자 누나로, 에디터로... 다양한 자아로서의 경험은 다양한 빛의 글감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곳곳에 많이 나누어 담아도 나만의 방식과 속도로 걷는 게 관건입니다.


하루를 기록하는 순수한 즐거움은 자유로운 감정을 기록하고 꾸밈없는 일상의 단면을 공유할 때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 기록한다면 피상적인 글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근원적인 마음의 갈증과 허기를 해소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자유로이 기록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실하고 순수한 나와 조우하는 길이라는 걸 들려줍니다.


"쓰는 일은 있는 힘껏 자유로워야 한다." - p41, 기록하는 태도


소소한 기록도 꾸준히 모이면 삶의 연대기가 됩니다. 글감, 감정, 대화, 가사, 추억, 다정, 필사노트라는 다양한 기록의 형태도 보여줍니다. 이수현 작가는 기록을 통해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록을 통해 그런 고민을 헤쳐나가고 있었습니다.


삶이 매 순간 버라이어티할 순 없습니다. 피곤합니다. <기록하는 태도>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어찌 보면 평범한듯한 추억이지만 기록으로 남겨져 그 가치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읽히는 담백하고 다정한 작가의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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