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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용기 있게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수업
김소민 지음 / 스테이블 / 2023년 7월
평점 :
한겨레신문사 기자 출신 김소민 작가의 전작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를 공감하며 읽은 터라 이번 글쓰기 에세이도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봅니다.
저는 작가의 칼럼 문체를 좋아하는데 이번엔 작가님에게 이런 분위기도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특히 1부에서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거침없이 펼쳐낸다고나 할까요. 글쓰기 노동자로 마감을 앞에두고 온갖 변명을 가져와 글쓰기를 미루고 미루는 상황에선 변명하는 사람 특유의 조바심이 저한테까지 와닿는 기분입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며 만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이들과의 인연이 담겼습니다. '내 이야기 하나쯤' 수업에서 들려준 그들의 이야기는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합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온 이들이 처음엔 뻔한 이야기만 끄집어내다가 마지막 수업 즈음엔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세계를 가진 사람임을 깨닫게 하는 수업입니다.
글쓰기 수업을 거치며 아픔마저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시련에 부닥치며 시작해야 하는 법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변화하는 주인공을 좋아합니다.
김소민 작가는 어두운 시간을 지날 때도 이 모든 경험이 내 글에 도움이 될 거란 희망을 가집니다. 절망에 빠지면 쓰게 되는 현상을 내 무의식이 나를 살리려고 시키는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글쓰기로 나를 돌보게 되는 신비로운 현상을 오롯이 보여줍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승인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렇게 느꼈다고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만큼은 자기 안의 비판자 따위는 집어치워야 합니다. 억울하면 삼키는 대신 분노하며 글을 써보라고 합니다. 어차피 그 글로 퓰리처상을 탈 것도 아니니 덜 여물었어도 끄적여보자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 기록해 박제하고 함께 씹는 건 상대적 약자들이 누릴 수 있는 해독제다. - p44,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수강생들이 쓴 글을 읽으며 울컥울컥할 때가 많았습니다. 절제된 문장에서 오히려 진심이 보였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자기 연민 가득한 글이나 슬픔에 대한 글이 불편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아챘습니다. 슬픔조차 자기과시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하려면 자기감정에 거리를 두고 실체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읽는 사람은 솔직함 감별 능력 초정밀 센서를 탐재하고 있다고 말이죠. 김소민 작가의 팁을 전수받은 수강생들은 역시 남다른 글을 보여줍니다.
글쓰기 수업과 관련한 에피소드 위주의 책인가 싶었는데 애서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수다처럼 내뱉는 이야기들 속에 수많은 작가들의 책 이야기도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니 읽을거리가 다채롭습니다. 게다가 글쓰기 노하우와 다 연결되어 있으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팁을 얻고 있더라고요.
기자 경력으로 기사와 칼럼을 쓰며 쌓은 설득의 글쓰기 노하우야말로 이 책의 백미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려면 전략이 필요한 법. 통념은 안전하지만 진부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통념이 아닌 자기주장을 하려면 생각이 대충 정리된 것만으로는 상대를 설득하는 글을 쓸 수 없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을 하네'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정작 글 쓸 때는 까무룩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수강생 글 일곱 편을 읽을 땐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떤 관점과 방식으로 풀어내는지 엿보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좋은 글에 있어야 할 것들을 일상 에피소드로 풀어내면서 본격적으로 문장 기초 수업으로 나아가는 글쓰기 스킬을 알려주는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김소민 작가의 생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팬이라면 이번에도 성공적인 독서가 될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