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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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Work 더티 워크, 여기서 더티는 물리적 오염이 아닌 도덕 또는 윤리의 위반을 뜻합니다. 불결하고 불쾌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모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더티 워크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더티 워커는 내 손으로는 하지 않을 더러운 일을 떠맡은 이들, 사회로부터 무의식적 위임을 받은 이들입니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을 파헤친 사회학 박사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얼 프레스의 <더티 워크>는 오늘날 노동의 불평등을 묵인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소도 담장 안으로, 드론 화면 너머, 도살장으로 그리고 석유 산업과 실리콘밸리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더티 워크들이 수행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더티 워커들은 단지 시스템의 피해자일까요? 이들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행 받는 사람들에게는 가해자가 됩니다. 게다가 사건이 폭로되면 시스템의 1차 피해자들이 해고되고 시스템은 여전히 그대로 작동합니다. 저자는 더티 워커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겪는 딜레마와 경험을 들려줍니다.


학대가 자행되는 교도소 내 정신병동의 한 교도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재소자들이 교도소로 복귀하기 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이지만 이상하게 그곳에서 죽어나가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재소자들이 태반입니다. 교도소 세계에 막 입성한 신입 해리엇은 교도관들의 학대를 목격하고 보고를 올리자 왕따를 당하고 해고 불안에 처합니다. 가장 덜 타락한 교도관이 희생 당하는 구조였습니다.


무관심과 방임이 키운 폭력 문화로 점철된 교도소 정신병동. 그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실이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남아 깊은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불합리한 그곳을 스스로 관두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저자는 그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임을 짚어줍니다.


드론이 보내오는 기밀 영상 모니터를 살펴보는 영상 분석가 크리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상관에서 보고 후 60초 후면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드론 전투원으로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엔 자부심이 컸습니다.


드론 전투가 도입된 후 전쟁은 피를 흘리지 않는 사업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병사가 사망하는 위험이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드론 전투원이 만나는 영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파괴된 집과 마을, 불타는 사람 등 생생한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폭탄을 떨어뜨리고 아이가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패턴은 상당이 이질적인 감정을 낳게 합니다.


도덕적 신념을 위배하는 행위를 스스로 행하거나, 막지 못하거나, 목격하는 일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을 느낍니다. 도덕적 외상을 입는 겁니다. 이 의미는 실제로 민간인과 반군을 구별하기 어려웠다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쟁의 부담을 떠안은 노동자 계급.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부유층. 그리고 대중은 그 직업을 선택한 건 순전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전쟁에서 거리를 두게 되고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더티 워크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소비량에 맞추느라 쉴 새 없이 가동하는 정육 공장에서 일하는 도축 노동자는 이주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공장도 이주민이 많은 동네에 있습니다. 환경 단체들은 이 노동자들을 사디스트 일꾼들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백인들은 이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더티 워커들을 '그림자 인간'으로 표현합니다. 공장식 농장과 정육 공장에서 시작해 슈퍼마켓과 KFC 치킨너겟으로 끝나는 먹이 사슬의 보이지 않는 곳에 이들이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역시 노동자 복지보다 동물 복지를 우선합니다.


더러운 노동으로 시추되고 파쇄되는 화석연료도 있습니다.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사고의 생존자 가족을 찾은 저자는 생존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본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당시 대중은 죽은 노동자보다 죽은 돌고래에 더 쉽게 공감했습니다. 더러운 현실을 알고도 일한 노동자는 연민을 사지 못한 겁니다. 값싼 기름을 원하는 요구가 있기에 석유 산업이 존재하는데도 말입니다.


교도소는 시골 게토, 정육 공장은 외딴 산업 단지처럼 고립된 곳에 위치합니다. 장소는 인종 불평등, 계급 불평등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강화시킵니다. 빈곤한 지역에 시설이 집중됩니다. 그렇다면 부유한 지역, 화이트칼라 전문직은 더티 워크를 겪지 않을까요? 저자는 실리콘밸리로 들어갑니다. 인권을 침해하는 앱을 개발한 구글에서 퇴사한 사람과의 인터뷰는 이전의 더티 워커들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내부고발자가 된 후 오히려 여러 기업들의 영입 콜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전문직은 상처를 피하기가 훨씬 더 쉬웠습니다.


우리는 이런 노동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읽는 내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더티 워커들이 세계 자본주의의 대리인이자 우리 사회의 대리인임을 명확히 합니다. 국민이 그들의 고용주임을 짚어줍니다. 내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계속 모르기를 원한 건 아닌지 꼬집습니다.


수동적 민주주의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문제 있는 관행이 계속 판칠 수밖에 없습니다. 더티 워크가 우리의 암묵적 동의에 기초한 노동이라는 말에 솔직히 충격을 받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일을 용인하고 있는지 팩트 폭풍을 한바탕 거하게 받은 기분입니다. 알고자 하는 의지 없음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부추기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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