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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의 어린이 찬미 - 어린이는 어른보다 새로운 사람 ㅣ 이다의 이유 14
방정환 지음, 조일동 엮음 / 이다북스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음... 이 정도만 알고 방정환 선생님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날이라 하면 아이들 선물 사주는 날, 달콤한 빨간 날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는 않은지요.
시대를 움직인 인물을 발굴해 내는 이다북스의 '이다의 이유' 시리즈에 방정환 선생님이 등장했습니다.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삶과 꿈을 만나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절대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주십시오. 항상 칭찬하며 기르십시오."라는 당부가 적힌 선언 전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날 행사를 치른 날 경성 곳곳에 뿌려졌습니다.
일제강점기 1923년 5월 1일.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선언문 '어린이날의 약속'을 발표한 방정환. 어린이를 온전히 인간으로 대우하는 내용입니다.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어린이라는 단어는 언제 생겼을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있는 단어인 줄 알았습니다. 이 단어를 만든 사람이 방정환 선생님이셨습니다. 외국 시를 번역하면서 어린이라는 단어를 1920년 천도교 월간지 《개벽》에 처음 발표했고, 다음 해 어린이라는 단어를 공식화합니다.
그럼 그전에는 어린이를 어린이라 부르지 않고 뭐라고 불렀던 거죠? 동몽, 아동, 소년이라고 불렀습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젊은이, 늙은이라는 구분만 있던 시절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듭니다. 성숙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의 뜻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한 아동을 대등하게 대우한 겁니다.
1923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가 발간됩니다. 역시 방정환 선생님의 노력 덕분입니다. 아동문화 운동의 선구자이자 아동문학의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어린이 운동에만 매진한 건 아닙니다. 어린이의 범주를 넘어 폭넓은 활동을 했습니다.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그의 일생을 살펴봅니다.
인류사에도 관심 많았고 당대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도 과감히 하곤 했습니다. 미개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인간 사회를 비꼬기도 하고, 참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학생, 부모, 교사 등이 가져야 할 가치관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이 책은 1921년에 발표한 <깨어가는 길>부터 1931년에 발표한 <여학교 교육 개혁을 제창함>까지 27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가 꿈꾼 세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복되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며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는 어린이를 예찬하는 『어린이 찬미』는 백미입니다. 어린이의 내일을 찬란하게 해주고 싶었던 방정환 선생님의 마음이 깃든 글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동화에 대한 그의 소신도 인상 깊습니다. 아동의 정신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가장 필요한 것으로 본 동화. 순결하고 깨끗한 감정을 가진 아동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어갑니다. 영원한 아동성을 위해 필요한 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동에게 가장 귀중한 정신적 식량인 동화를 연구하고 창작하는 이들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5년 전부터 나는 누구에게라도 '하게', '해라'를 쓰지 않았습니다."라고 한 방정환 선생님.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을 낮추지 않고 경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그의 진실한 품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가치관도 깨어있었습니다. 그는 "판에 찍어 내놓은 교육"을 비판하며 어린이는 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는 소년 운동으로 이어집니다.
학생들에게 고하는 글도 내놓았습니다. 조선의 새 운명을 좌우할 책임을 짊어진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 남의 공부만 쫓아가지 말고 자기 공부에 충실하라는 간절한 조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에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극복해낼 민족 자주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정환 선생님은 총독부의 조사를 수차례 받으며 탄압받았습니다. 게다가 총독부는 "소년회에 가면 퇴학시킨다", "어린이 잡지를 읽으면 벌을 씌운다"며 어린이들을 협박하기도 합니다.
일제의 고문과 탄압 속에서 건강 악화로 33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방정환 선생님. 그가 꿈꾼 세상은 이뤄졌을까요. 오늘날 우리는 어린이에 대한 인권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요. 여전히 어린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낡고 묵은 것으로 새것을 누르지 말자!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산지식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어린이가 미래에 세울 희망찬 나라를 꿈꾼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을 담은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 그가 추구한 세계를 지금이라도 우리가 잘 이어받으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