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외전 - 설계되지 않은 성공, K컬처산업의 운명을 바꾼 9가지 결정적 장면
김윤지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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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과 중국의 한류 열풍도 놀랍긴 했지만 지금은 스케일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 등 K팝, K드라마, K무비라는 이름으로 한류 성공을 목격하는 요즘입니다. 단순히 개별 상품의 성공으로 바라보는 게 맞을까요?


문화산업 연구자 김윤지 저자는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대중문화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 환경 변화와 정책과 제도 도입, 기업들의 투자 등이 맞물려 지금의 K컬처산업을 이뤄냈다는 걸 보여주는 30년 한류 막전막후. <한류 외전>은 대중문화의 산업화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 IMF, 금융실명제, 코스닥 열풍,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음원 디지털화, OTT의 등장 등이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깨닫게 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정책이 영향을 주기고 하면서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설계되지 않은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국 문화 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건 전 세계적으로 개방 물결을 끌어낸 우루과이라운드로 시작합니다. 1980년대 후반 우루과이라운드의 첫 제물은 영화시장이었습니다. 해외 영화 제작사들이 국내 배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영화를 배급하는 직배가 시작된 겁니다. 할리우드 직배사가 대작 외화수입을 독점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습니다.


반대 시위도 하고, 직배 영화 상영관에 뱀을 풀어놓기도 하는 등 직배를 막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세계적 변화 물결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궁지에 몰린 국내 영화사들은 홍콩 영화를 수입해 상영합니다. 당시 극장마다 홍콩 영화만 줄창 상영했고 저 역시 홍콩 영화 감성에 푹 빠져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한국 영화 산업이 쫄딱 망한다고 할 만큼 큰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잡아 결국 30년 후 우리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합니다. "<쥬라기 공원> 1년 흥행수입이 우리나라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과 같다."라는 김영상 대통령 정부 시절 등장한 이 말은 우리나라 문화산업정책의 씨앗이 됩니다. 대중문화도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겁니다.


물론 면밀히 살펴보면 산업이 성장할수록 정부정책이 따라간 측면도 나오고, 성공을 의도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짚어줍니다. 즉 '한류'라는 수출상품을 정부가 만들어낸 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IMF 위기가 닥쳤을 때 드라마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회를 맞이한 한국 드라마 수출화 과정 속에서도 우리 드라마 질적 수준의 향상이 바탕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민주화와 방송 상업화의 가속화가 선순환이 되었다는 걸 짚어줍니다. 저자는 한류드라마 산업에서 중요한 장면이 된 <겨울연가>, <대장금>을 중심으로 초기 한류의 성공을 살펴봅니다.


2000년대 이후 K팝은 한류 대표 분야로 정착했습니다. IMF 금융 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 가요시장이 변화한 과정을 들려줍니다. 기획사의 등장, 아이돌그룹 제조 방식, 군무 중심의 K팝에 이르는 여정을 살펴봅니다. 난공불락의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길까지 숱한 장벽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K무비의 여정은 어떠했을까요. 충무로의 명성도 이제는 옛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하며 영화산업 구조도 변화합니다. CJ는 CJ엔터테인먼트와 CGV, 오리온은 쇼박스와 메가박스, 롯데는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3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배급, 상영의 수직 계열 체계를 완성합니다. 영화의 질은 물론이고 배급과 상영 시스템이 조화롭게 맞물리며 천만 영화가 탄생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고 인터넷으로 개봉했을 때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OTT에 대해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개봉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익히 알던 오프라인 영화관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걸 예감했습니다. 저는 이제 개봉 예정!이라는 문구를 보면 OTT 개봉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한국이 만든 대중문화 콘텐츠를 전 지구적으로 즐기는 글로벌 트렌드 현상, 한류. 정치 외교 이슈의 볼모로 이용되기도 하면서 각종 보호니 규제니 하는 정책들도 시대별로 변해왔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과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문화산업계입니다. 지금의 성공이 무엇을 기반으로 어떻게 성장시켜 왔는지 복기해야 앞으로의 30년도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원동력을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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