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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320/pimg_7960121633789338.jpg)
또 하나의 빅히스토리 인문서를 만납니다. 인류사 전체에 걸친 개발, 번영, 불평등의 원인을 밝히고자 오랜 세월 연구하며 통합성장 이론을 창시한 경제학자 오데드 갤로어의 대중서 <인류의 여정>. <총균쇠>, <사피엔스>를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분명 좋아할 겁니다.
생존 유지에 급급했던 인간이 지금과 같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완만한 성장이 아니라 극히 짧은 시간 만에 극적인 변화를 통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언뜻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그러고 보면 수천 년 동안 인간에겐 정체기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인류사 대부분에 걸쳐 인류는 생존 유지형 삶이라는 덫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를 맬서스 연대를 통해 설명합니다.
1798년 영국 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기술혁신이 생활수준 향상을 이루는 것은 일시적일 뿐, 다시 혁신을 이루기 전처럼 사회가 빈곤해질 거라고 비관적으로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맬서스의 이론 중 빈곤의 덫 부분은 맞았지만 미래 예측은 틀렸습니다. 인류는 정체에서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이뤄냈습니다.
저자는 정체 시기를 지속적 성장 시기로 바꾼 힘, 성장의 수수께끼에 주목합니다. <인류의 여정>은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탐구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맬서스가 말한 빈곤의 덫을 탐구하고, 이 덫을 부수고 나와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을 실현시킨 힘을 찾습니다.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음에도 작용한 근원의 힘을 찾는 겁니다.
문제는 장기적 번영이 세계의 일부 지역만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는 거대한 불평등 문제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결국 탐구의 막바지 즈음에는 불평등의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인류의 여정>은 곧 불평등의 밑바탕에 있는 뿌리 깊은 요인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인류를 생존 유지형 삶에 가둔 덫의 구조를 탐구하는 여정, 사회마다 발전 경로가 달랐던 이유와 국가별 생활수준에서 격차가 확대된 근본 원인을 탐구할 때 그 시작점은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날 때로 시계를 되돌립니다. 대탈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가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아프리카 밖으로 나가는 이주가 인적다양성에 영향을 끼쳤고, 인적다양성은 제도 및 사회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에 이르러 다양성의 힘이 지닌 특성을 이해해야 효과 있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관계가 숨어있었습니다. <인류의 여정>을 읽다 보면 농업 혁명, 기술 변화, 인류 적응 사이에서 상호 작용을 통해 역사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작동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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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40세, 전염병과 기근으로 경제적 블랙홀에 빠져있던 정체기는 겨우 2세기 만에 극적인 변화를 이룹니다. 인구 규모, 인구 구성이 산업혁명이라는 혁신의 폭발을 일으켰고, 기술 진보의 가속화, 대중 교육 도입, 인적 자본 증가 등으로 임계점에 이르자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된 맬서스 덫을 벗어나게 됩니다. 기술 진보의 직접적 산물인 삶의 질 향상이 이뤄진 겁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가속화와 방해의 힘이 작용했습니다. 지리적 요인, 인적다양성으로 인한 집단 간 생활수준의 격차가 생겼습니다. 이 요인은 워낙 오랜 세월에 걸쳐 제도와 문화라는 형태로 나타났기에 극단적인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탈바꿈시키진 못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낙관적인 미래를 내놓습니다. 경제학자 특유의 증거 제시는 기본입니다. 불평등의 근본 원인을 알려줄 테니 다 함께 뿌리 깊은 요인의 영향을 완화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정체에서 성장으로 그리고 불평등으로 가는 인류의 여정을 탐구하다 보면 다양성이 높은 사회, 동질적 사회에 따라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일부 선진국의 잣대로 세계의 불평등을 보편적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들 때 왜 효과가 없는지 깨닫게 될 겁니다.
인류사의 핵심적 추동력과 불평등의 근본적 요인과 걸림돌을 이해했을 때 모두의 번영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는 <인류의 여정>. 연대기적 나열의 역사서도 아니고, 지엽적 사건에만 집중하지도 않은,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인류사 밑바닥의 흐름을 들여다보며 불평등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