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유산
스테파니 세네프 지음, 서효령 옮김, 최웅 감수 / 마리앤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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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DDT라 불리는 글리포세이트 glyphosate. 용어가 낯선가요? 제초제의 주성분입니다. 환경 관련 책을 읽는 이들이라면 몬산토에서 만든 라운드업이라는 상품명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잡초를 없애기 위해 197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가장 대표적인 잡초제입니다.


농업에서 독점권을 가진 몬산토는 자사 제품이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둘러싼 약물, 식단 및 독성 화학물질에 관해 연구하는 MIT 선임 연구 과학자 스테파니 세네프의 책 <위험한 유산>에서 확인해 보세요.​​


2008년부터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온 저자는 글리포세이트가 여러 신경 질환, 대사 질환, 자가면역질환, 생식기 질환, 종양 질환의 주요인이 글리포세이트라는 증거들을 발견합니다. 환경과 건강에 관한 다양한 문제의 공통분모로 글리포세이트가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글리포세이트의 독성 기전은 독특하고 끔찍하다고 합니다. 일명 느린 살인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글리포세이트가 어떻게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악화시키는지, 미래 세대가 씨름하게 될 위험한 유산이 유발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의 안전 허용치는 체중 68킬로그램인 사람이라면 하루에 글리포세이트를 120밀리그램까지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허용 가능한 양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합니다.


농약 업계는 겨우 3개월만 실험할 뿐입니다. 그런데 2년간 연구한 결과에서 일일 섭취 허용량에 못 미치는 양에도 DNA 손상을 일으키며 암세포를 증식시킨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2015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선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농가에서는 글리포세이트를 주성분으로 한 제초제를 사용합니다.


경악할 만한 점은 기업의 개발 방식입니다. 제초제라는 건 거의 모든 식물을 죽이기 때문에 죽일 것과 살릴 것을 선택하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자기 제품에 작물이 잘 견디도록 유전자 변형 작물을 만듭니다. 그러면 그 유전자 변형 작물을 키우는 농가는 밭 전체에 제초제를 마음껏 뿌려도 됩니다. 라운드업 내성 작물이 아닌 건 죽일 수 있습니다. 글리포세이트 내성 작물 연구가 생명공학의 발전과 연계된 겁니다. 대두, 옥수수, 카놀라, 사탕무, 목화, 알팔파... 등 라운드업 내성 씨앗이 판매 급증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GMO를 피하면 될까요? 비GMO 식품을 수확하며 건조할 때 수월한 작업을 위해 글리포세이트가 뿌려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GMO에서도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됩니다. 글리포세이트가 사용되지 않은 유기농 인증 작물은 안전할까요? 토양, 동물 배설물, 빗물, 바람의 영향 등으로 역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됩니다. 2019년 캐나다는 꿀 표본 200개 중 197개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인간의 70퍼센트 이상의 소변에서도 검출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초제 잔류물이 있는 동물 사료와 물을 먹고 마시고, 공원과 가정집 정원의 잔디를 통해 피부나 폐에 글리포세이트를 흡수합니다. 유럽에서는 2017년에 금지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첨가하는 인공 방부제 에톡시퀸 (몬산토에서 개발) 같은 첨가물이 글리포세이트의 독성을 심화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 20년 동안 핵심 작물에 글리포세이트 사용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글리포세이트가 조직에 축적되지 않고 몸을 빠르게 통과해 대소변으로 배설된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에서는 글리포세이트가 2주 이내에 토양세균으로 인해 자연분해된다고 주장하지만 과학 연구는 다른 결과를 내놓습니다. 748일 후에도 59퍼센트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글리포세이트는 에어로졸화되어 공기 중에 흩어집니다.


글리포세이트가 생태계 전반의 건강 악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무시합니다. 온갖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의 광합성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블루길이라는 물고기는 이미 글리포세이트가 단백질에 단단히 연결되어 단백질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글리포세이트는 인간의 장을 해치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세균 종을 우선하여 죽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생물 세포까지도 복잡한 방식으로 교란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듭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시킴산 경로를 교란해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위험한 유산>에서는 글리포세이트가 어떻게 생태계와 야생 생물에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인체를 서서히 중독시키는지, 특정 질환과의 관련성을 낱낱이 짚어줍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우리에게 필요한 미생물, 미네랄 그리고 DNA로 프로그래밍 되는 단백질까지. 글리포세이트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코로나19에도 글리포세이트의 숨겨진 맥락이 있음을 밝힙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글리포세이트에 더 자주 노출될수록 우리 모두는 나빠집니다. 사실상 현재의 화학 기반 농업 방식에서는 소비자가 글리포세이트를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글리포세이트 금지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DDT처럼 글리포세이트가 금지될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위험한 유산>에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변화들을 소개합니다. 평생 관습적으로 먹고 건강을 무시했다면 이제라도 우리 몸을 지지해 주면 됩니다. 글리포세이트로 오염될 가능성이 적은 음식을 선택하고, 프리바이오틱스가 많이 든 음식을 먹는 등 글리포세이트가 방해하는 것들을 보충해 주는 식입니다. 오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음식이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독성이 가장 강한 화학물질 중 하나인 글리포세이트를 고발하는 책 <위험한 유산>. 특유의 독성 기전, 무심한 사용, 만연한 존재로 인해 우리가 직면한 유해 환경 화학물질은 글리포세이트 외에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독성을 증폭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제약 산업은 사람들이 허약할 때 번창합니다. DDT의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됩니다. 직면한 위기의 긴급성을 깨닫고 깨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생물학적 과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전문적인 내용이라 어려울 수 있지만, 글리포세이트가 왜 위험한지 알아야 변화도 가능합니다. 미래 세대에게 위험한 유산을 남기지 않도록 개인과 집단으로서의 힘과 책임을 촉구하는 <위험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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