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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이후의 어른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우리들의 대화
모야 사너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3년 1월
평점 :
몸은 어른이지만 때때로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한 채 불안해하고 방황하는 어른이들을 위한 책 <어른 이후의 어른>. '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 책에서 보여줍니다.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하질 않나, 아이를 키워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도 하질 않나... 그런데 이 시대에는 집도 결혼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존의 어른다움의 이미지에 갇혀 있기에 더 불안해합니다. 저자는 20대 초반부터 잡지사와 신문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열심히 일하고, 일을 제대로 해낸 젊은 여성이었지만 어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전에 직장생활 중에는 해야 할 일을 말해주는 어른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정체성의 감각이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심리치료사 공부와 동시에 내담자가 되어 정신분석을 받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은 고통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 과정이 <어른 이후의 어른> 시작점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 자신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그 결과 정체성이 텅 비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열심히, 시키는 대로, 착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요.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는 <어른 이후의 어른>. 자신이 스스로 되기를 기대했던 어른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낀다면 모야 사너의 발걸음에 동참해 보세요. 이 책에는 다양한 나이대와 어른다움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자기 삶을 헌신한 적이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른이 되는 길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써야만 했다."고 한 모야 사너처럼, 스스로 어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자기다움이 깃든 어른다움의 정의를 내려 진정한 어른으로 나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요? 법적 성인이 되었을 때가 어른일까요? 스무 살 보루의 이야기는 꽤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어른은 자기 똥오줌은 가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스스로는 어른인 것 같았다가도 아닌 것 같은 이리저리 오가는 듯한 감각에 빠져있음을 고백합니다. 나이상 어른 취급을 받았던 보루는 그 경험이 부정적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중독을 치료하는 청소년 정신병동에서 성인 정신병동으로 이동하며 오히려 정신적 외상을 깊게 입은 겁니다. 그는 스스로가 후기 청소년기 같다고 합니다.
2000년생 빅토리아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독립을 하며 처음으로 공과금부터 시간 계획까지 현실적인 성장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혼자라는 상실감은 어른의 모습도 발견할 기회와 함께 찾아옵니다. 방학 때 집으로 돌아가니 어린애 취급받는 기분이 듭니다.
모야 사너 저자는 정신분석학에 바탕해 이들의 성장 경험과 관련한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아기가 태어나 탯줄을 자르며 찾아오는 분리된 존재. 청소년기에서도 분리된 사람을 살아가기 시작하며 어른이 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충만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유아기 때처럼 놀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탈출구로 선택하는 것들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입니다. 불안을 애써 차단하며, 보여주기식 어른다움의 덫에 걸리는 겁니다.
그 시기에 이미 어른이 되어있어야 마땅하다는 듯 행동하진 않았는지요. 초보 어른이 되는 것과 관련된 시기는 어른인 동시에 어른이 아니라는 모순을 받아들일 능력을 갖추고, 사이에 낀 존재라는 사실을 견뎌낼 수 있게 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무엇을 제대로 해내는 게 아니라 경험을 쌓고 거기서부터 성장하는 일이 필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영국에는 콘텐츠 보험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개인의 소지품이 파손, 분실, 도난 등의 손해를 입었을 때 보장해 주는 보험입니다. 저자가 카페에서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 주변 사람들은 당연한 듯 콘텐츠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저자는 콘텐츠 보험에 가입하기 위한 서류 작성이 귀찮아 그 보험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비유가 등장합니다. 콘텐츠 보험을 든다는 것은 철드는 일에 능숙해지라는 요구를 받는 것과도 같다고 말이죠. 한마디로 콘텐츠 보험은 어른다움의 상징과도 같은 겁니다.
서른네 살 애덤은 자신을 어른의 몸속에 들어가서 사칭하고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라고 표현합니다. 20대 초반 낙오자가 된 경험 후 직장에서도 번아웃에 빠지며 가혹하고 폭군 같은 초자아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려고 한 행동들이 사실상 도망치며 보낸 시간들이었음을 깨달은 후부터는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아기 엄마들이 어른이 된 여성일 거라고 기대합니다. 부모 되기는 곧 어른다움이라는 등식이 만연한 사회입니다. 마흔일곱 살 블랙스톤 교수는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건 마흔 살이 넘어서고서야 일어난 일 같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 충실하다는 느낌이었을 때 개인적 삶과 직업적 삶에서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겁니다. 부모가 되지 않더라도 책임감, 돌봄 경험을 얻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저자도 아이가 없는데 비출산을 택하기 위해서 얼마나 스스로에게 많은 압박을 가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삶에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욕망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부터, 가족과 문화와 사회가 당신에게 욕망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부터 그것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 책 속에서
40대에서 60대까지 중년기에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에서도 우리는 어른다움을 고민하게 됩니다. 마흔여섯 살 인지신경과학자 사이먼스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 어른스러워지기를 요구받는 느낌이라고 고백합니다. <어른 이후의 어른>을 읽는다는 것은 그동안 나 자신에게 허용해 본 적 없는 경험이 될 겁니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에서, 어른다움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는 것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이 여정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요.
당신이 지금 혼란스럽다면 그 일을 성장 경험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 이후의 어른>. 어른다움에 대한 당혹감은 성인 진입기 때뿐만 아니라 중년기에도 90세 노년기에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때 소모전에 가까운 저항 사고방식이 되려 부작용을 낳으며 나이만 먹을 뿐 정신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합니다. 우리가 패러다임에 갇히질 않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