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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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또는 더 적게 원하는 것입니다. 부유함 없는 풍요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수렵 채집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는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 사고 또 사고 있습니다. 


실제 필요한 양보다 우리는 옷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우리의 반려동물도 제몫의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부유한 국가의 평균 소비량은 가난한 국가의 열세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지금의 생활방식을 누린다면 지구 네 개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소비를 부추기는 한편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는 소비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디컨슈머가 등장합니다. ​


소비자 이슈, 생태학 문제 등 환경 및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J. B. 매키넌 저자는 <디컨슈머>에서 흥미진진한 사고실험을 합니다.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를 아우르며 소비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요. ​


“어느 날 이 세상은 소비를 멈췄다.” 소비자 4분의 1, 즉 25퍼센트가 쇼핑을 멈출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겨우 10년 전 지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밖에 안되지만요. 아마존의 일일 택배량이 25퍼센트 감소한다는 건 맨해튼에서 드디어 조깅하는 사람 속도보다 차량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 같지만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봉쇄령으로 세계가 쇼핑을 잠시 멈췄다는 겁니다. 이 시기 온실가스 오염이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었습니다. 탄소배출량은 소비가 멈출 때 단 7퍼센트였지만 줄어들더라는 걸 확인한 셈입니다. 2050년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와닿습니다. 2030년엔 45퍼센트를 감소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


저자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속도를 늦추거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동력은 소비입니다. 소비를 줄이면 세계 경제가 초토화될 거라고 다들 우려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디컨슈머>에서는 경제 성장의 종말이 곧 세상의 종말이 되지 않음을, 운명의 날에 영향받을 산업들을 살펴보며 짚어줍니다. 오히려 성장 없는 삶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더 질 좋은 물건을 더 적게 구매하는 경제를 지향하는 리바이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며 반소비주의를 사용해 디컨슈머 시장을 확대하는 파타고니아 등 과시적 소비 대신 과시적 비소비를 장려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 요즘 시대에 고민해 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서비스, 경험은 모두 발자국을 남깁니다. 우리가 소비로 여기는 소비에만 초점 맞추면 안 된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소비 외 식사, 세탁, 냉난방,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등 일상의 배경이 되는 소비들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소비습관에 저항하는 네 종류의 집단이 있습니다. ① 친환경 생활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 ② 돈 절약을 좋아하는 알뜰한 소비자, ③ 돈 쓰기를 싫어하는 구두쇠, ④ 적극적 선택으로 소비를 줄이는 자발적 단순주의자. 이들 중 환경 파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집단은 어디일까요. 


④번 집단이 가장 성공적입니다. 2위인 ③번 집단과도 2배 이상 차이 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①, ②는 의외로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


팬데믹 동안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자연 세계의 복원 증거들도 봤고, 그동안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우리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문화에 뿌리 깊게 박힌 소비자의 사고방식은 이상적 자기와 실제 자기 사이의 괴리를 넓혀왔습니다. 한편 간소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오히려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이 모든 사고실험을 하면서 저자도 더 질 좋은 것으로 더 적게 갖는 것으로 이행하는 실천을 해봅니다. 물론 잦은 과로는 여전했고, 불안정한 시대에 더 적은 소득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편히 받아들이긴 힘들었다고 토로하지만요.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소비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지구를 구할 우리의 선택이라는 걸 이 책에서 수많은 증거로 보여줍니다. 


5퍼센트만 소비를 감축해도 두어 해 전의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거라 사실 체감되지 않는 작은 변화라고 합니다. 소소한 목표부터 시작해 보자고 합니다. 디컨슈머사회가 되었을 때 우리가 만날 세계는 꽤 괜찮았습니다. 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했던 세상이 종말 할 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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