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역사 -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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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의 과학이라 불리는 유체역학. 인류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순간에도 물과 공기처럼 '흐르는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미세 유체역학 연구자 송현수 박사는 술과 음료, 영화와 스포츠, 동식물 등 일상생활 속 유체역학을 쉽게 풀어낸 <커피 얼룩의 비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통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줬다면, <흐르는 것들의 역사>에서는 역사 속 숨은 유체의 과학을 짚어줍니다. 


유체역학은 물과 공기처럼 흐르는 것의 과학입니다. 고대 로마가 제국으로 군림하게 한 숨은 역할을 한 것 역시 유체역학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문명이 발달한 곳은 큰 강 유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물은 농경 사회를 이루고 집단으로 거주하게 된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도시 역시 큰 강을 끼고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전체의 존폐가 걸린 물 공급. 로마의 건축 기술은 수로 건설에 활용됩니다. 당시 로마 시민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약 180리터로 오늘날 이탈리아 1인당 물 사용량 234리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바로 수로 덕분이었습니다. 


물을 멀리, 깨끗하게 보내야 하는 수로는 건축학과 유체역학의 결과물입니다. 기원전 312년 최초의 수로를 건설한 이후 5세기 동안 총 11개 수로를 완공한 로마. 수로 길이가 서울 둘레길의 5배나 되는 수준이라니 놀랍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공공 목욕탕을 856개나 지을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트레비 분수처럼 분수도 천여 개 이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빈치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유체역학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과학과 예술 두 분야 모두 족적을 남긴 다빈치의 노트에는 심장과 판막에 대한 기록, 물의 흐름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수력학에 대한 실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장과 동맥 내 혈류 흐름을 이해한 다빈치 덕분에 혈류역학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고, 빠른 물줄기가 어떤 장애물에 막혀 느려질 때 갑자기 튀어 오르는 수력 도약 역시 다빈치의 관찰력이 빛을 발휘했습니다. 


경제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촉매제가 된,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토목공사였던 후버댐 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마어마한 콘크리트가 사용되었는데 시멘트가 굳는 것 역시 유체역학으로 설명해 줍니다. 오늘날 미국 서부 지역의 식수, 농업, 상업용수로 사용되는 20세기 공학을 상징하는 후버댐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흐르는 것 중 물보다 끈적끈적한 점성을 가진 당밀과 관련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보스턴 당밀 홍수 사고입니다. 건물 14채가 무너져 내리고 21명이 사망한 비극을 남긴 정체는 무시무시한 태풍이 아니라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정제하고 남는 액체인 당밀이었습니다. 당밀을 보관하던 탱크가 터져 파도처럼 쏟아지면서 추운 날씨에 굳어져 당밀에 사람들이 갇히게 됩니다. 당밀 제거만으로도 수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점성 유체와 관련한 유체역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기와 관련해서는 인류 최초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비록 12초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비행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당시 비행 실험에 활용한 장치 중 풍동은 오늘날 공기역학 실험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곁가지로 흥미진진한 부가 지식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는데요. 오늘날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2.5%를 담당하는 비행기 이야기 나오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신기술을 활용한 연구 상황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무탄소배출 항공기가 언젠가는 상용화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자신이 만든 영화 타이타닉의 오류와 검증을 위해 도전한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다큐멘터리에서는 유체역학이라는 자막이 숱하게 등장합니다. 마침 이 책에서 타이타닉의 비극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놀이로만 생각했던 물수제비 뜨기에도 어마어마한 원리가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원리를 이용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물수제비처럼 이동해 독일의 댐을 폭파하게 한 도약 폭탄을 발명합니다. 물수제비 뜨기의 물리학이라니 정말 놀랍네요. 더 놀라운 건 이 물수제비 뜨기 원리가 우주선의 대기권 진입 각도 계산에도 활용된다는 거였습니다. 


원자폭탄의 상징과도 같은 버섯구름은 유체역학적 결과물이고,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원인이 유체 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둘레 6.4mm에 불과한 부품 오링 때문이라는 것 등 양날의 검이 되는 기술에 대한 교훈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역사적 순간에 작용하며 때로는 문명의 도약과 위기를 헤쳐나가는 발판으로, 때로는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며 기술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숙고하게 한 <흐르는 것들의 역사>. 유체역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역사 사건을 접하니 낯설기만 했던 유체역학이 한결 가깝게 다가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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