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 진화인류학자, 사랑의 스펙트럼을 탐구하다
애나 마친 지음, 제효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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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 사랑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이뤄져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경험하는 개인으로서는 물음표일 때가 참 많습니다. 그만큼 사랑은 복잡합니다. 


인간을 관찰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별난 행동이나 해부학적으로 기이한 특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설명하는 인류학자 애나 마친(Anna Machin) 저자도 오랜 세월 사랑 스펙트럼을 탐구해왔습니다.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원제 Why We Love)>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유전학, 약학, 신경과학 등 자연과학과 심리학, 철학, 사회인류학, 신학까지 과학적, 사회학적으로 설명한 것들을 모조리 살펴봅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와 방식, 사랑의 정의와 대상에 관해 다루는 이 책은 사랑의 어두운 이면까지도 파헤칩니다. 


사랑의 출발점은 생존을 위한 사랑에서 시작합니다.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가가 달려 있는 생존입니다. 그런데 태어나 수년 동안 돌봐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인간의 아기. 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한 협력이 필요해집니다. 사회성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로빈 던바 교수와 함께 인간관계에 대해 탐구해온 애나 마친 저자. 사랑 주제에 등장하는 협력과 관련해 로빈 던바가 제안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유효한 범위인 150명을 일컫는 던바의 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각종 신경화학물질에서 비롯되는 면역 기능 촉진 등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뇌물로서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협력이 가능한 인간의 특징이 사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줍니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화학작용은 강력합니다. 연인과의 깊은 사랑에서만 나타나는 뇌 활성 패턴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가족, 친구, 자녀에게 느끼는 사랑 역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합니다. 역사가 깊은 모성애는 그 역사가 짧은 부성애보다 더 활발하다는 증거도 흥미롭습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익숙한 애착. 애착은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강력한 사랑의 바탕이 되는 깊고 강한 심리적 상태라고 합니다. 이 애착 개념은 연인, 친구 그리고 반려동물의 관계로까지 확장됩니다. 애착관계에서 가장 깊고 강한 사랑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 심리학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애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친구들과의 사랑에 관해서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연애나 결혼이 줄면서 친구 간에 느끼는 사랑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친구는 우리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건강, 행복,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곳에서 채울 수 없는 깊은 친밀감과 편안함, 유머를 얻습니다. 


강력한 애정을 바탕으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인간. 우리의 사랑이 놀라운 이유 중 하나는 종이 다른 존재도 포함된다는 데 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관계처럼 말이죠. 종을 넘어선 유대는 다른 형태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생리학적,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구축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개를 사랑하는 것처럼 개도 우리를 사랑하는지 개의 뇌를 스캔한 재미있는 연구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신에 대한 사랑은 어떨까요. 대상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인생을 살면서 사랑을 통해 얻는 진정한 가치인 건강과 삶의 만족도는 비슷하다고 합니다. 신과의 관계도 다른 대인관계와 같은 쌍방향 관계로 생각하며, 사랑을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활성화되더라는 연구 결과를 보여줍니다. 준사회적 관계인 유명인과 팬과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아이돌에게 홀딱 반하는 열성팬의 사랑 역시 애착관계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합니다. 유명인사가 사망하게 되면 우울감, 상실감 등을 안게 됩니다.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인간의 진화가 성공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도록 인체의 모든 메커니즘이 동원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개개인이 느끼는 감각과 경험에는 차이가 큰 사랑. 유전학적, 심리학적, 생물학적 특징과 문화, 인생 경험, 수수께끼 같은 X가 뒤섞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고, 다자간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고, LGBTQ+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개념이 생긴 것 자체가 사랑은 사회가 정한 규칙에 묶여 있다는 걸 반증합니다. 


건강한 사랑은 놀라울 정도로 유익하지만, 모든 중독이 그렇듯 사랑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걸 짚어주기도 합니다. 물리적, 심리적 중독성이 있습니다. 의존성이 착취, 강압, 학대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바로 통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소에는 통제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대체로 건강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인간의 사랑과 다른 동물이 경험하는 사랑의 차이점은 인간은 사랑을 조종과 통제에 활용할 수 있고 때때로 그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질투는 번식을 위해 맺는 관계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때 나타나도록 진화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 이 질투는 애착의 종류에 따라 강박적인 사고, 분노, 통제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어둠의 3요소라고 부르는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이라는 성격 특성을 통해 이로운 방식보다는 상대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간이 타인과 맺는 모든 친밀한 관계 가운데 가장 통제할 수 없는 관계가 사랑이다." - 책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존재와 사랑을 경험하는 인간. 위대하고 강렬한 경험으로서의 사랑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의 경이로움을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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