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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 심심 / 2022년 11월
평점 :

임상 심리학자이자 노인 심리학자 휘프 바위선 저자의 <치매의 모든 것>. 현장에서의 치료 경험과 치매 환자 가족으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40년 가까이 치매를 연구하며 치매 환자와 간병 가족에게 도움 되는 방법을 고민해온 저자의 역작입니다. 1999년 초판 출간 이후 최신 의학 지식을 더한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필독서가 되었습니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는 치매입니다. 2021년 노인 인구 기준으로 한국의 치매 유병률은 결혼한 부부의 양가 부모가 80세가 넘으면 네 분 중 적어도 한 분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나이가 들수록 그 희망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간절해집니다.
<치매의 모든 것>에서는 치매의 종류, 행동 유형, 증상과 원인, 치매에 대한 오해는 물론이고 간병인을 위한 실질적인 팁과 정신건강을 다룹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여러 종류가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줍니다. 예방 및 진단, 치료와 관련한 기본 지식에 관해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매 및 인지 장애 예방, 치매 조기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연구와 진료에 매진하는 한지원 교수의 추가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다른 치료 가능한 뇌질환일 수도 있고, 치료받지 않아 치매를 더 키울 수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진단을 일찍 받으면 환자가 다양한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치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진단을 받으면 약은 있는지 등 궁금한 부분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망각이 치매의 주요 특징이다 보니 기억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초반에 비중 있게 다룹니다. 기억 장애가 왔을 때 그저 단순히 생각하는데 문제가 생기고 과거의 기억을 잃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래의 계획마저도 파괴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빵에 버터 좀 발라 주세요"라는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 행동을 우리가 실제로 하려면 어떤 단계를 거칠까요. 먼저 상대의 부탁에 관심을 기울여 알아들어야 하고 무슨 뜻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빵과 버터의 의미는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상대의 부탁을 잠시 기억에 저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빵에 버터를 바른다는 부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칼, 빵, 버터, 도마를 가져와서 논리적 순서에 따라 임무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전에 칼, 빵, 버터는 어디다 두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올바른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칼은 깨끗한지, 버터가 상하지는 않았는지 등... 장기 기억을 이용한 정확한 판단력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기억과 관련한 인지 영역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기억 상실을 사라지는 일기장으로 비유합니다. 1년 전의 일기장이 먼저 사라지고, 이어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일기장만 남다가 마지막 단계에선 결국 이 일기장마저 사라집니다. 기억이 사라지면서 지난 10~20년 동안 출시된 최신 기기를 이용할 줄 모르게 되고, 인륜대사의 추억도 삭제됩니다. 기억이 소실되는 순서는 역순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잃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감정입니다. 달라진 것은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환자의 메시지 뒤에 숨은 감정을 읽어야 하는 겁니다. <치매의 모든 것>에서는 감정의 언어로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룹니다.
소통 능력의 상실은 환자 자신에게도 문제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괴로운 일입니다. 저자는 치매 환자와 소통할 때 필요한 지침들을 치매의 진행 과정별로 알려줍니다. 진단을 받았을 땐 이미 치매가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지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짚어줍니다. 최대한 빨리 인생 앨범을 만들기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환자의 삶에서 사진과 이야기를 꺼내 자료화하면 이후 환자와 이야기를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사례로 보여줍니다.
치매의 또 다른 희생자는 간병 가족입니다. 원인부터 해결까지 행동 단계 모델로 설명합니다.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못하는 치매 환자. 도저히 참지 못할 순간도 수없이 찾아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환자의 능력과 욕구에 기초한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치매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해도 되는 말을 정리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해가 안 되면 이해심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환자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간병 가족은 현실적인 기대를 걸어야지 비현실적일 정도로 과도한 기대를 걸면 안 된다고 합니다.
환자를 간병하며 겪을 수 있는 온갖 문제를 해결, 예방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치매는 특별하게도 상살의 순간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상실의 순간이 있고 매 순간마다 고통스럽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서 간병인의 몸과 정신이 근심과 고통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문학작품 속 치매 환자 이야기, 실제 치매 환자와 간병 가족의 기록을 통해 그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가득합니다.
초판 한정으로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일반적인 소통 규칙과 팁을 정리한 카드가 부록으로 수록되었습니다. 수많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다 좌절하기 일쑤인 간병 가족의 고통을 보듬어주는 <치매의 모든 것>. 치매 걱정 등 노년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부터 치매 환자 가족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조언을 담은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