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쓰는 밤 - 나를 지키는 글쓰기 수업
고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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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차 작가로 살고 있는 고수리의 나를 지켜주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마음 쓰는 밤>. 저자는 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로 시작해 보통의 삶에도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도 실천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에 이어 신작 <마음 쓰는 밤>은 5년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글쓰기 안내자로서의 삶을 살며 배운 것들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글쓰기는 사랑해보는 일이었다. 나를 돌보고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라는 말로 글쓰기의 효용을 일깨웁니다.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고수리 작가는 쓸수록 나를 만나, 내가 되는, 나를 지켜주는 글쓰기를 합니다.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구성이든 카피든 모든 글을 쓰며 밥을 먹고 삶을 사는 작가로서의 삶. 충실하고 정직하게, 담담하게 써내려단다는 그는 그렇게 번 돈을 떳떳하게 여깁니다. 원고료를 받은 날은 정성스럽게 집밥을 차립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오로지 나로 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저자는 30분이라도 행방불명의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세상의 스위치를 끄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 그 시간 덕분에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사랑하는 시간입니다. “사는 거 바쁘다고 내 마음 나도 모른 채 지나쳐버리고 말았네.”에서 “불완전하더라도 나는 날마다 쓰면서 나다워진다.”로 되기까지 작은 꾸준함의 힘이 삶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글쓰기 수업에 엄마인 여성들이 많습니다. 처음엔 아이들 이야기만 쓸 줄 알았지만 점차 사라졌던 나를 찾아 건져올리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경험이 글쓰기의 영감과 역량이 되도록 노력한 저자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하루치 인생을 기록하는 일기 쓰기가 흩어져 버리는 하루를 어떻게 선명하게 붙잡을 수 있는지 들려주기도 합니다. 


글쓰기 문턱을 없애고,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법, 글감 꺼내는 법, 엄마 작가의 글 쓰는 법 등 다양한 성별, 연령, 직업군의 수강생을 만나 글쓰기의 마법을 펼칩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며 매 순간 수강생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작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생생한 날것의 글에서 오히려 부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그의 멘트는 울림이 큽니다. 글쓰기는 ‘용기’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나를 마주하고 나를 만나야 하고, 평가받을 두려움도 감수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글쓰기 수업 ‘마음 쓰는 밤’, 학생들이 참여하는 글쓰기 수업, 창비학당 ‘고유한 에세이’에 이어 망원동 골목길에 직접 연 ‘고유글방’에서의 수업까지 삶을 언어로 꺼내 쓰는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고수리 작가. 건강한 몸과 마음, 현실의 일상, 글 쓰는 일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예술 하는 습관’을 가지고 인생을 꾸려나가도록 도와줍니다. 


글쓰기 강사라는 말보다는 안내자로 불리기 바라는 그는 글쓰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잘 쓰고 잘 나누고 잘 헤아리면 잘 살아보고 싶어지는 마법 같은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담담하지만 진솔한 문장들이 슬며시 가슴을 두드리기도 하고, 울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몽글몽글한 감정이 차오르게 되더라고요.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고수리 작가의 문장들은 결이 참 곱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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