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커밋 패티슨 지음, 윤신영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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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류학계의 위대한 성취이자 인류 기원과 진화에 대한 기록 <화석맨 Fossil Men>. 커밋 패티슨 기자가 10년을 매달려 완성한 이 책은 최초의 인류 화석 아르디Ardi의 발굴 현장과 공개에 얽힌 생생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인류 최초의 조상으로 알려진 루시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보다 100만 년 전의 고인류 아르디는 낯설 겁니다. 그만큼 홍보에는 관심 없이 발굴 후 철저히 비공개로 연구한 미들 아와시 발굴팀 때문입니다. ​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섰을 때 키가 1.2미터 정도로 루시보다 약간 크고, 뇌는 현생인류의 4분의 1 정도입니다. 골반은 루시와 비슷합니다. 마주 볼 수 있는 발가락을 지녔습니다. 현생 아프리카 유인원보다 더 본원적인 특성을 가진 아르디. 40년 인류 진화 지식을 뒤엎는 발견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개 당시 이 화석은 논쟁 대신 얼토당토않다고 치부당했습니다. 발굴 팀을 이끈 고인류학자 팀 화이트의 성격도 한몫했습니다. 그와 대척점에 선 동료, 라이벌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화이트는 신랄한 비판가였고, 무례함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학계 최고의 현장 발굴 전문가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인류학과 교수인 팀 화이트는 루시 팀에도 합류했던 인물입니다. 1991년에 쓴 662쪽짜리 <인체 골학>은 전 세계 의학 및 인류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교과서로 통합니다. ​


병적일 정도로 극한으로 검증하는 팀 화이트. 그는 루시가 불쑥 등장한 느낌을 받았고 그 틈이 궁금했습니다. 루시가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420만 년 전부터 800만 년 전까지의 화석 암흑기는 그대로였습니다. 이 시기를 미싱 링크라고 부릅니다. 팀 화이트는 인류 계통의 초기 과정을 보여줄 화석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다시 에티오피아로 갑니다. ​


미들 아와시 화석 발굴 현장.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세로 인해 피해를 입기 일쑤였습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에티오피아 학자도 필요했기에 버클리에서는 에티오피아인 베르하네를 교육했고, 화이트의 팀으로 합류합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지역이었기에 무장 경호원도 필요했습니다.


발굴 현장의 생생한 묘사도 일품입니다. 범죄현장 다루듯 모든 것을 수집해 일단 모아놓고 봅니다. 화이트는 "처어언천히"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뭔가 하나 발견하면 모두가 지뢰밭 벗어나듯 뒷걸음질 쳐서 조심스레 물러서야 합니다. 어정쩡하게 걷다가 화석을 박살 내면 '그 사람'의 분노를 감당하기 힘드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화석 발굴에 대해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화석은 돌처럼 단단한 형태로 있을 줄 알았는데, 흙처럼 바스러지기 쉬운 거더라고요. 발굴 현장에서 야간에 야생 동물이 밟아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머리 아픈 경화제를 열심히 뿌려대며 발굴하는 현장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오랫동안 찾아온, 인류와 아프리카 유인원 조상 사이의 진화적 사슬을 연결시킬 고리. 아르디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유인원스러운 호미니드 조상입니다. 인류 계통의 초기 과정을 보여줄 화석인 겁니다. 인류 계통을 나타내는 특징적인 형질 중 송곳니가 줄어든 최초의 사례입니다. 처음엔 허리 아래뼈는 발견하지 못했기에 직립보행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이후 발굴 탐사에서 전신 골격 화석을 발굴합니다. 결국 루시보다 100만 년 이상 오래된, 발견된 인류 계통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아르디. 440만 년간 묻혀 있었던 겁니다. 인류 암흑시대의 새로운 진화 단계에 속하는 새로운 종을 발견한 겁니다. ​


전체 뼈 중 가장 놀라운 건 발가락뼈입니다. 발가락으로 뭔가 쥘 수 있는 관절을 가진 아르디. 아르디의 발가락을 보면 손을 길쭉하게 늘린 형상처럼 느껴지는데, 엄지발가락이 엄지손가락처럼 마주 볼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번째 발가락이 지금 우리의 엄지발가락처럼 튼튼하게 작용을 했으니, 나무를 오르면서 직립 보행을 했던 겁니다. 인류 가계 일원으로 포함되려면 이족보행을 해야 합니다. 발가락은 앞을 향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아르디는 이족보행으로 전이되는 중간 과정 또는 최소한 그에 아주 근접한 과정을 보이는 존재입니다. ​


팀 화이트는 '종'이 다양한 변이를 허용하는 커다란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디피테쿠스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호모속에 이르는 연속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인류 진화는 점진적 진화와 적응에 따른 정체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아르디가 살던 플라이오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과거 생태계를 묘사할 자료들 역시 주변 화석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모든 동물이 과거의 증거라고 합니다. 그 결과 초지가 아닌 숲에 살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


2009년 10월 <사이언스> 특별호에 드디어 공개한 아르디.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지 15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고인류학계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발굴한지 15년 만에 공개된 겁니다. 당연히 논란은 많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류 가계 일원으로 인정받기까지 25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빨리 입성한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대중은 여전히 아르디보다는 루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상황이지요. 이후 더 많은 아르디피테쿠스 화석을 발견했고, 완벽한 입천장 화석도 발견해 보관함은 꽉 찬 상태입니다. 이 연구들은 미싱 링크 역할을 한 아르디의 또 다른 증거물이 되어줄 겁니다. 


추리소설 읽듯 긴장감 넘치는 발굴 탐사기를 그린 기자 커밋 패티슨의 입담이 매력적인 <화석맨>. 자신의 일에 있어서만큼은 고집이 대단한 팀 화이트의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읽는 맛이 좋았습니다.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모험과 경쟁, 발굴 현장에 동행하며 생동감 가득한 에피소드를 보여준 <화석맨>.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아르디를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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