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 선사 시대에서 우주 시대까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류 인싸이드 과학 2
프랑수아 봉 지음,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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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흥미로운 과학 속으로. 풀빛의 교양 과학 시리즈 인싸이드 과학 두 번째 책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선사시대부터 우주 시대까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류 사피엔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지구에서 유일한 인간 종 사피엔스. 약 30만 년 전에 출현한 사피엔스는 어떻게 끝끝내 살아남았을까요.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사피엔스의 기원, 인구 증가의 원동력, 생각 표현 방식, 사피엔스가 일군 사회 등 사피엔스의 특성을 짚어가며 우리가 지나온 흔적을 따라가봅니다. 선사학자 프랑수아 봉의 맛깔나는 스토리텔링, 딱 보자마자 프랑스 책이란 걸 느끼게 해주는 오로르 칼리아스의 멋진 그림이 곁들여졌습니다. 


아프리카, 유리사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남극 그리고 달까지. 인류의 발자국은 우주를 향하고 있습니다. 호모 에렉투스의 직계 후손으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사피엔스, 유럽에서 활동한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아시아의 데니소바인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피엔스만이 남았습니다. 


인류는 창의력을 발휘하며 대부분의 지구 환경에 적응해왔습니다. 이 성공은 오로지 사피엔스 단독으로 일구어낸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자는 행동의 진화와 생물학적 진화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공진화로 사피엔스의 생존기를 설명합니다. 사피엔스의 행동과 생명 유지 활동을 연결시킨 적응 과정이 현재의 인류를 낳았습니다. 중간중간 고고학자와의 대담과 토론을 통해 과거의 사피엔스가 우리에게 남긴 것을 짚어주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고유전학 발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행방도 짐작해 봅니다. 현생 유럽 인구 가운데 4%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게 밝혀졌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대한 상상력 중 하나였던 사피엔스의 범죄는 소설과도 같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한순간에 모조리 사라졌던 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 개념과는 상당히 차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수십만 년이라는 시간이 존재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으로 종 분화가 이뤄졌었지만 사실 둘은 기술적 행동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고 합니다. 둘은 긴 세월 동안 섞였고, 현종 혈통에게 생긴 Y 염색체의 부재로 생식 능력이 없어져 네안데르탈인은 서서히 낙오되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수만 년간 지속된 세 차례의 빙하기, 온난기를 겪은 종입니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 시절을 상상해 보게 하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오감을 자극할 정도로 맛깔나게 진행됩니다. 그러면서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정말 그런 이유였을까? 하면서요. 죽음을 표현한 선사시대 인류의 행동에도 의문을 던집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최초의 무덤은 약 10만 년 전에 등장했는데, 매장과 관련된 의식의 이유를 여전히 명쾌하게 밝히긴 힘들다고 합니다. 매장 관습과 식인 풍습의 흔적이 동시에 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공인된 최초의 무덤보다 앞선 3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유적도 고인류학계의 격렬한 논쟁 거리인 점을 짚어줍니다. 


여하튼 한 사람의 소멸을 기리는 최초의 의식이 등장하고, 현재 인류 보편의 행동인 사회적 특성들이 하나씩 등장합니다. 상징적인 생각을 장신구와 같은 사물로 구현해 몸치장을 한다든지, 눈부신 벽화 예술도 등장합니다. 미술과 장례는 현대성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경멸적인 의미로 원시적이라고 평가했던 수렵채집 사회에 대한 재평가된 부분을 알게 해줍니다. 선사시대를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구석기 시대에 이미 현생 인류를 규정하는 보편적인 원칙을 만들어낸 겁니다. 


이후 인류사의 주요 터닝 포인트가 된 신석기 시대에 이르면 진정한 사피엔스의 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인구 폭발이라는 결정적 한 방을 만든 요인들을 짚어가며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가 함께 진행하는 공진화를 보여줍니다. 


단 한 장으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사피엔스까지 정리한 도표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고방식을 짚어준 책이었습니다. 행동적, 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 방식이 하룻밤 만에 생겨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이제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고 우주 궤도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사회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과거처럼 수 세기와 수천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욱 어떤 방향으로 사피엔스가 진화할지 기대됩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기 좋은 수준의 인싸이드 과학 첫 번째 책은 달 기지부터 화성 테라포밍까지 과학자들의 지구 이전 프로젝트를 다룬 <지구인의 우주 살기>입니다. 사피엔스의 다음 목적지를 가늠하는 데 도움 되는 책이어서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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