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그게 맞아?
이진송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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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탁 거슬리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만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찰나의 재미에 집중한다면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폭발적으로 물음표를 띄운 이진송은 미디어 비평가로 활동하며 관심사와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만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진송의 아니 근데>에 연재된 글을 엮고 보완한 책 <아니 근데 그게 맞아?>에서는 여성, 아동·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미디어에서 재미를 위해 착취되고 희생되는 존재들을 다룹니다. 


콘텐츠를 둘러싼 다채로운 소란을 짚어주는 이 책은 어떤 것이 맞다라는 방향지시등이 아닌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 시원하게 긁어주는 등긁이 역할을 합니다. 아무데나 '논란'을 갖다 붙이는 언론 보도의 문제는 부당한 공격을 논란으로 탈바꿈시키는 작태를 짚어줍니다. 온라인 학대·폭력이 논란이라는 단어로 변질되었을 때 피해자는 자신을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대중 역시 자기반성이 뒤따르지 않게 됩니다. 


미디어의 관습적인 프레임은 수없이 많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재미로 소비하는 극복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스스로 극복하는 준비없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는, 그야말로 배려와 공감 없는 폭력과도 같다는 걸 알려줍니다.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른 시대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대중과 제작진의 윤리 의식은 어느 수준일까요. 이진송 저자는 재미와 웃음의 이면에 담긴 것을 바라보게끔 부추깁니다. 


살인, 불륜, 폭행은 그대로 내보내지만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징계를 받는 시대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며, 관습을 넘어서보자고 응원하는 <아니 근데 그게 맞아?>. 내가 이해할 수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것은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걸 짚어줍니다. 


흠잡을 데 없이 도덕 교과서를 만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과장된 연기에는 재미있게 빠져들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스며 들어와 경험이나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의 해석과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지적합니다. 





"한 사람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편협하다. 우리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몸에 기거하며 경험이 선을 그어놓은 범위 안에서 살아간다." - 책 속에서


권력 있는 사람의 갑질만큼이나 위험한 건 평범한 사람이 가진 왜곡된 사고방식입니다. 정치권은 그렇게 사회적 합의를 핑계 삼아 교묘하게 빠져나갑니다. 이분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가 어떻게 이 사회를 차별로 구축되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음지 문화로만 여겼던 BL은 왓챠의 첫 번째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의 히트처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삭제 당함을 경험하면서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의식 있는 제작진들도 있습니다. 정상성에 대한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유튜브 등에서 찾아낸 이 세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의 윤리 의식과 기민한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대중문화 비평서 <아니 근데 그게 맞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던 것에서 이제는 의문을 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그럼으로써 더욱 다채로운 삶을 긍정하는 쇄신을 경험하기를 응원하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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