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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평점 :

지금은 다양한 미디어 환경의 언론 매체들이 있지만 오랜 세월 독보적으로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기능을 했던 건 종이 신문입니다. 놀라운 건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세계 최초 활자 일간 신문은 독일의 아인코멘데 자이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73년이나 앞선 조선 선조 때 민간인쇄조보가 있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조보를 널리 알리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 안오일 저자의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세계 최초 상업신문인 민간인쇄조보를 미래 세대에게 알리고자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열네 살 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조보의 역할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만나보세요.
세계 최초 활자 신문 조보(朝報). 원래는 조선 시대 조정에서 배포한 신문입니다. 왕의 명령, 새로 정해진 조정 정책, 관리의 인사이동, 각종 상소와 왕의 답변 등의 소식을 싣습니다. 승정원에서 그날 그날의 중요 소식을 묶어 선별해 놓으면 기별청의 기별 서리들이 손으로 직접 적어 옮긴 필사본이 바로 조보입니다. 기록상 조선 시대 이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정부의 뉴스레터 방식인 셈입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에서는 기별청의 기별 서리로 일하는 아버지를 둔 결이가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마주한 언론의 실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변화는 아는 만큼 이루어지는 법이다." - 책 속에서
기별 서리인 아버지는 평소 결이에게 글의 힘을 깨닫게 합니다. 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음을 일깨웁니다. 백성들이 알아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일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하고, 좋은 일은 널리 퍼지도록 하기 위해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필사를 할 때도 단순히 글을 베껴 쓰는 게 아니라,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임을 알려줍니다. 본뜻이 그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인 겁니다.
그런데 필사로 만드는 기존의 조보는 한양과 지방 관청에만 배포하기에 흘려 쓰는 초서체로 쓰였다고 합니다. 학식 깊은 사람들만 읽을 수 있었던 거죠. 결이는 일반 백성들도 볼 수 있게 정자체로 필사를 하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의 한계가 있음도 알게 됩니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도 생깁니다. 자신의 과오를 조보에 기록되지 않으려고 권력자들의 압력이 들어오는 겁니다. 일부 기별 서리를 이용해 조보를 통제하려 드는 거죠. 왜곡된 사실, 여론 조작, 모략 기사 등 언론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이의 아버지에게도 위기가 닥칩니다.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은 조선 선조 때, 활자로 인쇄해 판매했다는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있다는 겁니다. 1577년 의정부와 사헌부 관리들이 민간에게 허가해 주고 인쇄한 민간 인쇄 조보 발행의 시작인 겁니다. 아쉽게도 선조에게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항이라 뒤늦게 알게 된 선조가 분노해 관련자들을 처벌하며 결국 폐간에 이르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필사 조보에서 인쇄 조보로 나아가게 된 여정을 상상해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보를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결이의 바람과 아버지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어우러져 민간 인쇄 조보의 탄생 과정을 그려냅니다. 글의 힘, 언론의 기능이라는 묵직한 주제에다가 콩닥거리는 로맨스가 살짝 들어간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힘을 얹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까지, 드라마 소재로 완벽하다 싶을 만큼 재미있게 읽은 청소년 역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