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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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탐사 결과, 이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지만 얼음에 뒤덮여 하늘이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바다를 품은 천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타이탄, 엔셀라두스, 트리톤처럼 목성, 토성, 해왕성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대체로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지구 생명체도 있습니다. 지구의 심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입니다. 그렇다면 저 위성들은 생명체가 거주할 만한 조건을 갖췄을까요.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대서양 심해를 탐사하며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더 딥>에 출연했고, 영화 <아바타>와 <프로메테우스>의 과학 자문가로 참여하기도 한 NASA 행성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 케빈 피터 핸드. 외계 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지구 생명체와 지구 밖에서 생명이 살 만한 바다 환경을 만드는 물리, 화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험합니다. 


소설처럼 흥미를 끄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작은 잠수정 안에서 배터리도 공기도 바닥나고 있는 상황에 처한 저자의 아찔한 모습이 절로 상상됩니다. 지하 바다를 품고 있다고 밝혀진 유로파에 관심을 가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구의 심해와 연결지어 영화로 다루고 싶어 했습니다. 지구의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보려 했던 겁니다. 이 팀에 합류한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우주의 또 다른 생명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지구 밖 생명 탐험기이지만, 지구의 심해를 이해하고 그 비밀을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동물도 살아가지 못할 극한의 환경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던 심해 생물. 400℃에 가까운 유체 구름을 피워대는 열수구에서 기이하고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이곳 미생물은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을 이용해 생명을 유지합니다. 열수구 발견을 계기로, 햇빛이 차단된 지구의 바다 밑 암흑 속에서도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의 바다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명이 번성해 왔을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지구 밖 먼바다에도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던져준 겁니다. 


얼음이 물에 뜨고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태양 에너지 대신 조석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될 가능성 등을 토대로 얼음으로 덮인 일부 위성을 생명체 거주 가능성 높은 후보지로 손꼽게 됩니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에서는 지구 밖의 거주 가능한 세계를 위한 시나리오를 보여줍니다. 동화 골디락스에 비유해 기준에 들어맞는 알맞은 후보기를 찾는 여정이 공개됩니다. 칼리스토, 타이탄, 가니메데처럼 대형 얼음 위성은 바다와 내부 암석층 분리 문제로 까다롭지만, 유로파와 엔셀라두스 같은 위성은 적당한 크기와 밀도의 명당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지하 바다에 대한 증거를 최초로 수집한 위성이자 과학적으로 가장 잘 분석된 위성인 유로파. 넓은 지역에 걸쳐 소금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다고 합니다. 유로파의 얼음 지각 밑에 약 100km 깊이의 대규모 지하 바다 존재의 증거를 찾아낸 과학 기술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물론 충분히 살 만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의 기원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명이 기원하는 데 필요한 조건, 외계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을지 판단한 근거가 될 장소를 지구에서 찾아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2003년 제임스 카메론이 주도한 원정처럼 바다 세계는 적어도 생명의 기원 가설을 실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열수구는 1977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 로스트시티가 발견되면서부터입니다. 생명의 에너지학과 열수구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생명의 사례를 통해 외행성계의 얼음 덮인 광활한 바다를 상상해 보게 됩니다. 진화의 문제들까지도 상상해 보는 저자의 시나리오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인간이 경험한 진보의 과정을 벗어나야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주 탐사 역사상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 주요 임무였던 건 1976년 7월과 9월, 쌍둥이 화성 착륙선 바이킹이 최초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저자는 과거 임무를 교훈 삼아 앞으로의 지구 밖 외계 해양 탐사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일깨웁니다. 지구 심해를 탐험하는 인류의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직 탐사되지 않은 '외계' 지역이 우리 지구 바다 안에 많다는 게 중요한 문제임을 짚어줍니다. 


달 기지를 만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달 탐사 로켓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29일 예정되었다가 아쉽게도 연기되었지만, 21세기 신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때입니다. 그와 동시에 지구 심해에서 기술 개발 및 탐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암흑에 싸여 있는 지구의 바다와 지구 밖 바다 탐사는 밀접하게 연결된 과제임을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를 범우주적으로 확장시키며 사고의 틀이 전환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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