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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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신작 <화이트 스카이 (원제 Under a White Sky)>. 하얀 하늘은 대기 오염의 기술적 해결 시도의 결과 하늘이 하얗게 변하는, 예기치 못하는 부작용을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 일어난 또 다른 문제가 생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최근 물폭탄으로 침수된 강남의 모습에 아연해졌는데, 그뿐만 아니라 폭염 및 폭우로 대재앙에 가까운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성서에나 나올 법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모두가 기후 위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라는 용어보다 이제는 지구 가열, 기후 위기라는 명칭이 더 와닿는 시대입니다. 인간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전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으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시대이지만 대기 온난화, 해양 온난화,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사막화, 부영양화 등 지구는 정상이 아닙니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해온 것들은 효과가 있었을까요. 


인간의 능력으로 지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며 덤벼들었다가 더 큰 재앙을 일으킨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화이트 스카이. 토목 공사의 실수를 되돌리려는 뉴올리언스 재건 현장, 유전자 가위로 외래종을 처리하려는 호주의 연구실,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가진 아이슬란드 발전소 등을 찾아가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제는 자연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통제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인간은 또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제가 문제라면, 더 큰 통제가 해법이라는 게 인류세의 논리인 겁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자연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인간을 겨냥했습니다. 그 덕분에 정부 정책은 살충제와 제초제 대신 안전한 해법을 구상하게 됩니다. 화학 약품 대신 생물학적 방제 수단으로 아시아 잉어를 들여와 수생 잡초를 억제하고 하수 처리에 도움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일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탈출한 잉어는 이내 생태계를 정복합니다. 침입종을 퇴치하기 위해 시카고 강에 전기 장벽을 설치해 보지만 만만찮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자연재해는 뉴올리언스 지역에도 나타났습니다. 루이지애나 남부를 물로부터 보호하려던 시스템이 오히려 문제를 낳은 겁니다. 마른 땅 대부분이 습지로 바뀌어 토지 손실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미국 사막의 동굴 못, 데블스 홀에는 2.5cm 짜리 작은 물고기 펍피시가 삽니다. 한 번에 깨알만 한 알 한 개만 딱 하나 낳는 물고기입니다. 근처 네바다 핵 실험장의 현장 노동자들을 겨냥한 주택 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로 동굴에서 불과 240m 거리에 있는 땅까지 포함되었던 위기도 있었고, 사막의 물 해결을 위한 펌프 작동으로 데블스 홀 수위가 낮아지기도 하면서 어느 해에는 개체 수가 겨우 35마리만 남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종의 소멸은 모든 대륙, 대양, 생물 분류군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곤충들조차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삼림 파괴, 서식지 단편화, 외래 포식자 유입, 병원체 유입, 광 공해, 대기 오염, 수질 오염, 제초제, 살충제, 쥐약 등으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 위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잉어 이야기와 닮은 꼴인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호주 절롱시에 있는 동물보건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 폐쇄 실험실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수두꺼비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탕수수를 먹어치우는 딱정벌레 퇴치를 위해 외래종 수수두꺼비를 도입해서 생긴 최악의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식용하면 사람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거대두꺼비였던 겁니다. 토착종들은 수수두꺼비를 먹이로 오인해 먹고, 결국 멸종에 이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여전히 상승 중입니다. 기온 상승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농업 체계 개조, 제조업 혁신, 휘발유 및 경우 차량 폐기, 전 세계의 발전소 대부분을 대체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진행 중일까요. 인간이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발생시킨 문제를 우리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출량 감소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대기 중 농도는 즉시 함께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여전히 누적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탄소 셈법이 어려운 겁니다.


결국 역배출을 고려한 시나리오도 필요합니다. 재앙의 임계점을 넘더라도 공기 중 탄소를 빨아들여 재난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 이미 등장했지만 자금 유치가 되지 않아 발전하지 못했고, 여전히 공기 중 탄소 포집 기술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현실입니다. 태양 지구 공학에서도 아이디어가 쏟아집니다. 대기 중에 빛 반사 입자를 살포해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여주는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 하늘색은 흰색이 될 겁니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에서도 나왔듯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 기후 위기입니다. <화이트 스카이>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증상만 치료할 뿐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실행은 정치적 결정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미 온전한 상태가 아닌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하나의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화이트 스카이>. 문제는 언제나 '의도치 않은 결과'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인류세 시대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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