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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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이면에 감춰진 무언가를 포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문제를 새롭게 통찰하는 학문, 인류학.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덕분에 우리에게 인류학 관점이 완전히 낯설진 않지만 그럼에도 원시 부족의 삶을 관찰하러 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가는 인류학자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국장이자 인류학 박사 질리언 테트는 아마존 밀림 대신 아마존 창고에 들어가는 인류학자의 모습을 부각하며, 지금처럼 유동적인 세계에서 문화와 맥락을 이해하는 인류학의 쓸모를 재정의합니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인류학적 사고방식의 필요성과 그 활용법, 인류학 시야를 기르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문화를 피하고 경멸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을 둘러볼 수 없는 터널 시야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반면 인류학은 낯선 것과 문화 충격을 수용하려는 시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인류학 박사 학위 연구를 위해 소련의 변방 타지키스탄의 한마을에 머물며 그곳의 결혼 풍습을 연구한 질리안 테트 저자.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듣고 배워야 했던 인류학적 시야와 사고법이 이후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을 연구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줄은 그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CIA가 냉전 시대 소련에서 취약한 지역을 잘못 판단한 것처럼 서구에서 바라보는 방식이 실제 지역사회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나아가는 사고과정을 짚어주며 낯선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야의 함정을 보여줍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고 경청하고 개방형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를 지향하는 인류학 사고방식. 서구 엘리트 구성원들이 쉽게 놓치는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인류학적 사고법은 위에서 조망하거나 빅데이터로 바라보는 관점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21세기 기술 전문가와 경영인들에게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에 인류학자들이 채용된 사례는 기사를 통해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시적이고 일부의 사례입니다. "그건 당신의 세계관이지 모두의 세계관이 아니다!"라고 말한 인텔의 인류학자처럼 기술을 인간의 삶과 어떻게 접목할지 안다고 맹신하거나 또 다른 관점을 무시하는 것은 하등 도움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다양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성은 우리의 방식은 정상이고 다른 방식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류학자들은 수많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저자는 이걸 활용해 보자고 합니다.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위험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겁니다. 저자는 이 사고방식을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당시 낯선 경제팀에 배치되었을 때의 두려움과 편견을 떨쳐낼 때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합니다. 내부자들은 전체 그림의 조각들만 보더라고 꼬집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든 사람들이 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아는 인류학자는 새의 눈으로 보는 금융인의 관점과 벌레의 눈으로 보는 인류학자의 관점이 극과 극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문제는 금융인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발견합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어떤 편향에 치우치는지 간파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인류학 사고방식을 탐색해서 자기 생각을 돌아보려는 사람은 드뭅니다. 


금융위기를 낳은 금융계의 사회적 침묵을 목도했던 저자도 모든 유형의 침묵을 알아채진 못했습니다. 그만큼 낯설게 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문화적 환경의 산물로서 게으르게 짐작하고 편견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렌즈가 더럽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의 편향을 인식하고, 새로운 다양한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해서 편향을 상대하려고 시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렌즈가 완벽하게 깨끗하지는 않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소음에 정신을 뺏기는 대신 사회적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처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맥락과 문화를 무시하고는 기존 분석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합니다. 빅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주지만 왜 그런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시했던 것을 바라보는 인류학 사고법으로 낯설게 볼 때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코로나19, 마케팅, 사회 이슈 등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차원에서 삶을 바라보고 사회적 침묵을 경청할 때 비로소 해법을 발견할 수 있고, 지금 세상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알고 있다는 착각>. 인류학의 시야로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고,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면서 우리가 무시하는 것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불편하고 낯선 것을 통해 눈을 뜨는 경험을 해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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