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6 : 우리말·우리글 편 가리지날 시리즈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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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 브라이슨을 꿈꾸는 지식 큐레이터 조홍석 저자의 가리지날 시리즈 여섯 번째 책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우리말 우리글 편>. 전작 최초·최고 편을 읽으며 기대 이상의 깊이 있는 지식을 얻었기에 이번 책도 흥미진진한 기대감을 안고 펼쳤습니다. 


오리지날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널리 알려져 이제는 오리지날보다 더 유명해진 것을 일컫는 가리지날. 우리말·우리글 편에서는 지구에 무려 3,000여 개가 존재하는 언어 중 세계에서 15번째로 많이 쓰이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다룹니다. 흔히 알고 있는 단어의 유래를 통해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이토록 많았구나 싶더라고요. 


몇 년 전 고위 공직자가 민중은 개돼지라는 망언을 하며 이슈가 되었었는데요. 역사적으로는 영화 내부자의 대사에 쓰인 것보다 훨씬 일찍 사용되었던 말이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대중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 것은 가리지날이라고 합니다. 원래 개돼지는 백성이 높으신 나리를 비하할 때 쓰던 욕이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역사적으로 우리는 개와 돼지를 고귀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윷놀이의 도개걸윷모에서 도는 돼지, 개는 개를 의미하는데 윷놀이의 원조 부여에서는 가축 이름이 최고 권력자를 상징하는 동물이었던 겁니다. 그러다 12지 사상, 서양의 정서가 유입되면서 점차 개와 돼지의 위상이 낮아집니다. 조선시대에는 못된 탐관오리를 욕하는 말로 백성들이 사용했고, 을사조약 체결 후에도 관련자들에 대해 개, 돼지만도 못한 대신들이라는 소리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개'가 붙으면 dog의 개가 먼저 떠오르지요. '개판 5분 전'의 개도 dog이 아니라 고칠 개, 즉 다시 경기를 한다는 의미의 개고, '개망신' 할 때의 개도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이지만 dog으로 이해하기 일쑤입니다. 이처럼 억울하게 바뀐 경우가 숱하게 많았습니다. 감자를 감자라 부르지 못하고 고구마라 불러야 했던 사연,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잘못 이해한 용어의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우리말과 우리글은 일본식 한자어와 외래어 속에서 자칫 사라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빵, 카스텔라, 카레 같은 음식 이름 대부분은 일본식 발음으로 변형되어 들어와 정착되었습니다. 이처럼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낸 시대상을 살펴보며 그때 탄생한 단어들의 유래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우리나라 첫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인공 철수와... 영희? 영이?! 헷갈리죠? 남자아이는 철수, 여자아이는 영이, 강아지는 바둑이. 이게 바로 대표 캐릭터의 진짜 이름입니다. 대대로 우리 조상님들은 여성 이름 끝자에 순이, 분이, 동이, 덕이 등 '이'를 많이 썼고, 희와 자는 일제강점기 때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전 세계적으로 철수와 영희라는 잘못된 명칭으로 알려지는 바람에 '영이'로 지어야 했던 한글학회의 노고가 퇴색되어버렸습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우리말 우리글 편>에서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말의 변화를 에피소드로 풀어내며 남북한 언어 정책 차이도 비교해 봅니다. 영어 신조어도 많이 탄생되었습니다. 이 책 시리즈 이름인 가리지날도 해방 후 부산항을 통해 홍콩 등에서 유입된 짝퉁 상품을 가리킨 단어입니다. 한글인 줄 알았는데 한자어 변형인 단어도 많았고, 참 많은 외래어가 들어와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기에 잘못 와전되어 지금도 엉뚱하게 쓰이고 있는 경우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번역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문학작품이나 영화 제목 등의 해프닝 사례도 흥미진진하네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라이언은 이병이 맞고, 죽은 시인의 사회는 죽은 시인 클럽이라는 직역이나 고전 시 연구 모임이라는 의역이 맞다는데 뭔가 느낌은 덜하긴 합니다. 


한글 이전 한자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말인 토박이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조상님들의 센스 넘치는 작명을 만나게 됩니다. 예쁜 우리말이 이토록 많은데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니요. 상식사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이니 일상생활에서 헷갈리는 맞춤법 속성 교정 노하우도 실려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식으로 부르던 지명 키예프 대신 우크라이나 발음인 키이우(실제로는 크이우가 더 유사한 표기라고 합니다)로 변경하게 된 것처럼 최근 이슈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리만의 원칙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은 논의할 부분이 많은 현실이라고 합니다. 아이 과학책을 보다가 생전 처음 듣는 화학 용어가 나와서 신상 화합물인 줄 알았어요. 나트륨을 나트륨이라 부르지 못하고 소듐이라고 불러야 한다니. 저자는 우리말의 외국어 표기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집니다. K-POP, K-Drama 명칭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요. 예를 들어 국악은 Kook-Ak이라는 고유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오히려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길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코리안 OOO 식의 표현보다 우리말 그대로의 표기법으로 말이죠. 


우리말과 우리글의 역사를 살펴보며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말글살이에 대해 알려주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우리말 우리글 편>. 이 땅에 살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교양 지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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