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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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최후의 계엄령>, 대형 베스트셀러 <빙벽>의 고원정 작가가 1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 <샛별클럽연대기>. 1963년부터 2019년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걸어온 문창국민학교 동창들의 성장 드라마를 담아낸 장편소설입니다. 80~90년대 과거의 아련한 아날로그적 향수만을 기억한다면, 그 이전 격동의 정치사가 알게 모르게 개인에게 미친 영향력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샛별클럽연대기>는 10명의 샛별클럽 아이들의 성장사입니다. 명예퇴직한 국어교사 문인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구조는 함께 하면서도 한 발 떨어져 있던 그의 성향만큼이나 관찰자적 입장으로 인물들의 인생사를 담담히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동창생 미혜를 마주하게 된 '나' 문인호. 요섭이라 착각하고 인호를 찾는 미혜의 미스터리한 첫 장면은 이들의 실타래가 어떻게 꼬여왔는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나'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반공의 시대라 불리는 60년대를 적나라하게 끌어냅니다. 


아이들이 베트남 파병 부대 군가를 동요처럼 부르는 시대. 5학년 담임 강창성 선생님은 학예회 때 특별한 오페레타를 기획합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샛별클럽이라 한데 묶은 것도 담임 선생님입니다. 이 아이들은 평범한 보통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부잣집, 친일파 낙인찍힌 집, 월북하는 바람에 빨갱이로 낙인찍힌 집... 조부모, 부모의 영향력에 따라 아이들의 신세는 나뉘어 있지만요. 6학년 때 전학 가는 아이도 있었기에 샛별클럽은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10년에 한 번씩 보기로 약속도 하고요. 하지만 그 설렘은 6학년이 되자마자 부서집니다. 담임 선생님이 간첩사건에 연루된 겁니다. 담임 선생님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징역살이를 하고, 누군가는 수월하게 빠져나오고... 샛별클럽 아이들은 일명 문창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아동으로 찍힙니다. 





간첩단 사건의 진실은 졸업식날에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샛별클럽의 한 아이가 신고를 했던 겁니다.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 너도나도 반공방첩 이룩하자 멸공통일. 이런 구호를 듣고 자란 시대. 간첩 신고 전화번호가 곳곳에 붙어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저조차도 낯설지 않은 구호입니다. 당시 간첩 신고를 하는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육이오 때 사라졌다 최근에 나타난 자, 담뱃값을 모르는 자,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을 마구 쓰는 자, 새벽에 산에서 내려오는 자, 밤에 몰래 이북방송 듣는 자. 그 때문에 부당하게 국가 폭력을 받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신고 한 번으로 운명이 달라진 아이들. 신고를 했던 아이는 반공 소년이란 이름으로 승승장구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우리 편과 다른 편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입니다. 


누군가는 일찍이 병사를 하고, 누군가는 건달이 되고, 누군가는 장사를 하고, 누군가는 도피를 하고 그리고 대학생이 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유신 시대, 삼청교육대 등 국가적 인권 문제가 횡행하던 시절을 거쳐가는 아이들. 그 격동의 세월 속에서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샛별클럽이 약속했던 '10년마다'의 첫날이 다가왔고, 또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쩐지 조금씩 다들 멀어져 가는 느낌입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는 이들도 있고 끝까지 한결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밀고가 저마다에게 미친 영향력의 크기는 달랐을 겁니다. 쓰나미처럼 큰 충격파로 다가오기도 했던 아이도 있었고, 좀먹듯 야금야금 다가오기도 한다는 걸 샛별클럽 아이들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건져올린 '나'는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관조적인 자세로 말이죠. 그러고 보면 역사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샛별클럽연대기>. 다양한 캐릭터만큼이나 내뿜는 매력도 다채롭습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예고하는 문장의 강렬함도 흡인력에 한몫했고, 중간에 손놓지 못하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끊어치는 신공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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