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이웃들 -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 독일 정원도서상 수상작 <선량한 이웃들>.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 안드레아스 베를라게는 어린 시절 정원과 함께 자란 덕분에 이사 갈 때마다 새롭고 다양한 환경의 정원을 가꿉니다. 그런데 덩치도 작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웃들이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연스레 식물이 있는 정원을 찾아오는 동물의 세계에도 푹 빠지게 된 겁니다.


솔직히 나비와 벌 정도라면 저도 반가워하겠지만 친해지고 싶지 않은 곤충은 어쩌죠? 베란다는 물론이고 텃밭 같은 야외 환경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 해충의 의미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선량한 이웃들>에서는 정원은 흠결 없는 장식품이 아님을 강조함과 동시에 풍요의 정의를 내립니다. 동식물종 분포 스펙트럼이 최대한 넓을수록 그것이 풍요라고 말이죠. 정원을 가꾸며 식물을 지킨답시고 인간이 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우리의 주거 공동체 안에 속한 동식물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걸 분명히 알려줍니다. 나도 살고 너도 살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건 이해되지만... 그렇다면 도무지 심적으로 친해질 수 없거나 식물을 망치는 동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년 전 집 주변에 무당벌레가 창궐했는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녀석들이 꽤 있어 혼비백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식물에 앉아있을 땐 귀엽게 보이던 무당벌레가 정작 집으로 들어오자 해충처럼 바라보게 된 셈이죠. 기후 변화 때문인지 작년까지는 못 봤던 새로운 벌레가 해마다 하나씩 등장하는 느낌이라 따뜻해지는 계절이 오면 지레 긴장됩니다. 유난히 나무와 꽃이 많은 주변 아파트에서는 마침 오늘 살충제를 뿌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징그러운 벌레이지만 제 눈에는 귀여운 존재도 있습니다. 톡토기입니다. 제가 키우는 육지소라게 사육장 내부는 숲속과 비슷한 환경을 유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청소부인 톡토기도 번창하고 있습니다. 흙 1제곱 미터에 최대 10만 마리가 있을 수 있다지만 그 정도까지는 원하지 않지만요. <선량한 이웃들>은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내려놓게끔 합니다. 정원에서조차 모든 게 내 소유라는 이기주의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합니다. 해충에 대한 인간의 편견, 왜곡을 하나하나 깨뜨립니다. 우리가 엉뚱하게 잘못 알고 있는 정보도 많다는 걸 짚어줍니다. 더불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식물들에 대한 상식처럼 알고 있던 속설의 진위도 가려내줍니다. 





요즘처럼 집약 농경이 이루어지는 밭의 화학물질들은 동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이 아니라면 자연계의 균형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일 뿐이라는 걸 하나하나 알려줍니다. 안정된 시스템의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정원의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인위적으로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선량한 이웃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정원이나 발코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다든지 (곤충을 위한 식물 리스트도 있음), 동물을 위한 숙소를 지어준다든지 (곤충 전용 호텔 짓는 법도 있음) 이처럼 식물, 곤충, 작은 동물 그리고 인간이 운명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저 정원 도구만 가지런히 잘 정리하면 될 뿐, 정원 자체가 잘 정리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낙엽 더미를 다 치워 버릴 필요도 없습니다. 잡초도 모조리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물의 잔해가 다른 어떤 생명체에게는 무척 쓸모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연은 익충과 해충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익충을 먹어버리는 새가 나타나면 해충 역시 잡아먹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뱀이나 쥐가 들어오는 건 음... <선량한 이웃들>에서는 대자연이 스스로 행하는 무질서에 대한 인간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정원이라는 작은 공간은 지구 생태계와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일깨웁니다. 물론 동물 배설물이나 진드기처럼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주의해야 것들도 분명 있습니다. 꼭 쫓아내야 한다면 정원과 집에 독극물을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기술도 있습니다. 정착할 생각하지 못하게 스트레스 환경을 만든다든지, 토분을 활용해 그곳에 곤충들이 입주하도록 만들어 숲속으로 옮긴다든지, 개미의 길은 라벤더 기름처럼 향이 진한 물질을 뿌리면 고속도로가 끊어진다든지 등 다양한 노하우들을 알려줍니다.


정원이라는 작은 개념에서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결국 지구에서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라는 넓은 시야로 확장하게 하는 <선량한 이웃들>. 능력 있는 동물들과는 잘 지낼 수 있도록, 자연계의 제어 방식을 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범위에서 곤란한 동물은 피할 수 있게 하는 공존의 사고방식을 선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