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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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환경기자 윤지로 저자의 <탄소로운 식탁>. 기후위기와 먹거리와의 관계를 잘 짚어준 책입니다. 해산물 섭취 세계 1위,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 2위, 쇠고기 소비량 아시아 1위. 그리고 먹방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밥심에 진심인 우리나라. 그런데 식재료를 누가 어떻게 길렀는지, 어떤 유통 단계를 거쳤는지,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는 과정은 무관심 일색입니다.


<탄소로운 식탁>은 먹거리가 식탁 위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과정을 다루고, 기후위기 시대 먹거리 전환에 관한 문제의식을 제기합니다. 그저 탈육식, 유기농 재배만을 강조하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고기, 채소, 과일, 해산물 등 먹거리를 기를 때 탄소를 발생시키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기후위기에 탄소가 왜 무엇 때문에 문제 되는지 살펴봅니다. 산업혁명 전만 해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280ppm(0.028%)였지만 이후 415ppm(0.0415%)까지 높아졌습니다. 별로 문제 될 게 없어 보이는 비율이지만 문제는 이 적은 양만으로도 우주로 빠져나갈 복사에너지가 대기 중에 붙들려 대기 온도가 올라가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다행히 달성한다 하더라도 2100년엔 무려 1135ppm에 이를 거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은 수명이 9년 정도인데 이산화탄소는 길면 1000년이나 사라지지 않는다니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기후위기의 가해자이지 피해자로 악순환의 반복에 갇혀 있습니다. 석탄으로 만든 전기와의 결별, 휘발유·디젤 차와도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먹거리 체계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먹거리 선택과 재배되는 방식을 변화시키면 기후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 됩니다. 우리의 한 끼가 지구의 1도를 낮출 수 있는 겁니다.


육식 논쟁은 기후위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비거니즘과 육식주의자 문제보다는 지나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지난번에 읽은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도 읽었지만 소가 문제라기보다는 최단기간에 최대로 소의 몸집을 키운 인간의 문제입니다. 축산업 효율화의 핵심은 더 빨리 살찌우는 겁니다. 소의 트림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건 가축 특히 돼지 분뇨입니다. 국내 돼지 사육 두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분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메탄 발생량은 천차만별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살펴보며 그 한계를 짚어줍니다.


고기를 줄인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업 부문 배출에서 육식과 채식의 비중은 44 대 56으로 채식이 조금 더 높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단순히 육식이냐 채식이냐의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곡물, 채소, 과일을 기르는데 왜 온실가스가 나올까요. 


농기계, 비료, 농약, 땅을 갈고 물을 대는 일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과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비료는 제조할 때뿐만 아니라 뿌리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왜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지, 유기농 재배가 현실적으로 왜 힘든지, 왜 그렇게 비닐하우스가 많은지 현재 관행농업의 현실을 알아갈 때마다 우리가 마트에서 농산물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탄소를 권하는 농업이 된 우리나라의 농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바다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안타깝게도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어업정책을 펼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족 자원이 줄고 기름값은 오르고 함부로 이용하기 힘들어진 바다. 정부 보조금으로 간신히 어업을 유지하거나 양식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식업이 더 친환경적인 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나라니까요.


광어 양식장의 경우 펌프 8대로 바닷물을 끌어와 순환시키고,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 히트 펌프 6대를 풀가동하며 물을 데운다고 합니다. 전기를 덜먹는 장비를 설치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해도 1년에 2억 원의 전기료를 냅니다. 작물 재배업, 축산업에 이어 양식어업까지도 전기 먹는 하마 시스템인 겁니다.


밥상 위 먹거리가 어떤 과정 속에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지를 보여준 <탄소로운 식탁>. 농업, 축산업, 어업 모두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하지만 아직은 개별적인 사례 위주로만 실행 중입니다. 이 책에는 비현실적인 먹거리 논쟁보다는 온실가스 중립을 위한 시스템 변화의 당위성을 이해하면서 선순환의 고리에 접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업체들이 소개됩니다.


소비자로서는 원산지와 친환경 여부를 따지듯 탄소발자국도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도 평소 저탄소 인증받은 농산물이 있으면 그걸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나만 변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온실가스에 대한 빈약한 문제의식과 정책 부재를 짚어주는 <탄소로운 식탁>을 읽으며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실천하면서 저탄소 먹거리로 시민의식이 전환된다는 점이 의미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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