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 경이롭고 감동적인 동물과 과학 연구 노트
장구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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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를 보며 동물과 과학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장구 박사의 신간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오랜 세월 반려동물, 실험동물, 산업동물 등을 마주하며 우리에게 동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반려동물 시대를 맞이하여 사회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달리 소중하게 대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반려동물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넘어 동물들과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공존에 대한 성숙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에서는 과학자의 눈으로 연구하고 수의사의 손으로 돌본 동물들의 놀랍고 눈물겨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교감하며 공존하는 반려동물, 인간의 질병 치료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실험동물, 인간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산업동물, 마지막으로 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23년 노벨상 생리의학상은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을 개발한 밴팅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인슐린을 인류의 공유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인슐린 특허권을 대학에 단돈 1달러로 넘겨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 뒤에는 이 연구를 위해 췌장 추출액을 내준 개와 소가 있었습니다. 인슐린은 동물에서 유래한 겁니다. 인슐린뿐만 아니라 많은 질병 치료제가 동물로부터 얻어온다고 합니다.


개는 오랜 기간 사람과 생활공간을 공유해왔기 때문에 질병도 사람이 앓는 것과 유사합니다. 사람과 동물을 살리는 동물질병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동물을 보살피고 질병 치료하는 것이 단순히 동물 치료를 넘어, 사람의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는 실험동물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과도한 품종 개량으로 유전병이 많은 개는 유전자 치료제 연구의 중요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사람 다음으로 암에 많이 걸리는 동물이 개라고 합니다. 임상 연구들이 누적되면 새로운 항암제, 치료제가 개발될 거라는 희망으로 오늘날에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실험동물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다른 설치류보다 감염이 잘 되는 햄스터는 백신,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백신은 우리와 비슷한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먼저 접종해 안전성을 실험했습니다. 인간은 이런 실험동물의 희생 덕분에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복제 양 돌리 이후 소, 마우스, 돼지, 염소, 고양이, 노새, 말, 랫, 개, 페럿, 낙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복제에 성공했습니다.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를 임신한 대리모가 바로 장구 박사의 반려견 심바였습니다. 초보 수의사 시절 보호자의 제안에 덜컥 키우게 된 심바가 마침 임신 적기여서 복제견 스너피의 대리모가 되었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철저한 관리에 들어가다 보니 무사히 출산하고 산후 회복이 끝난 심바에게 은퇴한 연구 동료의 감정을 느꼈을 정도라네요.


복제 동물이 가장 활발하게 응용되는 분야는 유전자 편집 분야입니다. 단순 개체의 복제를 넘어 유전자 편집 기술 발달과 함께 다른 차원의 연구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실험동물의 대표격인 설치류는 사람과 비슷한 질병을 공유하는 정도가 낮아, 실제 질병을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포유동물의 복제 성공 이후 특정 유전병을 가진 적합한 크기의 동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생명공학에 필요한 질병 모델의 탄생입니다.


동물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 저항성이 있는 슈퍼동물을 복제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유전자 편집 동물로 분류되어 연구만 가능한 동물이지만, 미래에는 식량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아직 풀어나가야 할 기초 연구들이 수많이 존재하기에 도전과 실패의 나날들이 기다리고는 있습니다. 물론 실험동물에 관한 윤리가 엄격해지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물려 실험 현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요.


현장에서 많은 반려동물의 보호자를 마주하는 장구 박사. 수의사로서 진료하며 경험한 수많은 사연 중 몇 가지 인상 깊고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2차병원인 대학병원인 만큼 응급 상황이나 심각한 상황이 많지만 무사히 퇴원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뭉클합니다.


동물의 질병과 치료가 단지 그 동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동물에 대해 연구할수록 사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동물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 보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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