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 청년기본법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청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청년기본법. 청년 연령은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정하고 있습니다. 취업, 교육, 주거 지원, 금융 지원 정책을 나름 하고 있다지만 실효성이 없고 정신건강 정책은 제대로 있지도 않습니다. 그마저도 지방대졸, 고졸, 독서, 비숙련, 비정규직, 여성은 소외되어 있습니다.


전체 인구 자살률은 감소하는 추세인데도 성별과 연령대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수치가 발견됩니다. 청년 자살률이 오히려 증가한 겁니다. 90년대생 후반으로 갈수록 더 심각합니다. <가장 외로운 선택>은 정신건강의학자, 인류학자, 보건학자, 사회복지학자, 상담사, 통계학자가 모여 오늘날 청년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 청년 자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급격히 증가한 청년 자살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 모두가 가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솔직히 살만한 곳이라는 말이 이젠 나오질 않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오히려 분노라도 할만한 에너지가 있을 때 터져 나왔지만 이제는 분노를 내비칠 여력조차 소진된 상태로 보입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이자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인 김현수 저자는 "기성세대의 병적 나르시시즘, 제도와 정책의 청년에 대한 몰이해"가 청년들이 겪는 고통의 원천이라고 짚어줍니다.


밈이 된 "라떼는 말이야~"는 우스갯소리가 아닌 세대 간 소통 불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말입니다. 신체 건강한 청년이 뭐가 부족해서 자살이냐는 소리를 함부로 내뱉습니다. 당연히 지금은 라떼와는 다른 상황입니다. 기성세대는 빈곤이 문제였으나 이제는 인정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구조로 인한 내적 고통이 증가한 청년의 고통을 공감 없이 나약함이라는 이름으로 짓누릅니다.


자살은 구조적 힘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며 방치하고 있습니다. 청년 둘 중 하나는 자살로 죽는다고 합니다. 무려 54.3%입니다. 나머지 청년 중 한 명은 4일마다 일하다 죽습니다. 코로나로 20대 알바생들의 일자리가 끊기면서 청년 빈곤층의 수입원이 전무해졌습니다. 코로나는 기존에 만연했던 고통을 우울증, 자살로 이끈 트리거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이 급증했습니다. 역차별 프레임까지 내세우는 정치권과 세대 간 갈등을 통해 20대 여성이 경험하는 무력감과 절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으니 연애 본능은 감소하는데도 20대 여성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출산율 높아질 거란 헛소리가 나오는 세상. 어떻게 죽고 싶지 않을 수가 있겠냐는 여성들이 늘어났습니다.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의미가 없지만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자살 예방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고,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나 작업이 있고, 누군가 만나서 상호작용한다면 자살 생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본은 갖춰진 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그렇지 못합니다. 유례없이 높은 청년 자살률에 담긴 의미를 짚어주는 <가장 외로운 선택>. 빈곤을 개인 책임으로만 여긴다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청년 세대 특성에 맞는 접근과 돌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부처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난 청년 정책이 필요합니다. 청년을 대상화하는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위기상담 전화 1577-0199. 자살 및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상담합니다. 이곳으로 걸려온 전화 중 몇 가지 대표 사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미 자기 나름의 방법들을 한동안 찾아 헤맸던 이들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독서실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공시생이 대교 위에서 울면서 서성이는 상황에서는 이런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내 아이의 모습으로 생각되어 가슴이 찢어집니다.


모든 나라가 코로나를 겪으며 정신건강은 악화되었는데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독 청년 자살이 늘어났습니다.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인 청년들. 고독생으로 사회에 머물다 고독사하는 세대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나왔을 때 우리는 변했어야 했습니다. 개인 치유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청년 자살과 관련한 정책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역할을 제시한 <가장 외로운 선택>. 청년들의 우울과 자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짚어주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