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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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알못도 단번에 이해되는 두선생의 쉽고 명쾌한 설명으로 알려주는 지리 이야기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누적 조회수 1740만, 최고 조회수 152만에 달하는 화제의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공장'의 두선생으로 활약하는 한영준 저자의 책입니다.


지리를 그저 역사의 배경 정도로 여겼다면 이 책으로 지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될 겁니다. 지도가 교과서에 나오면 시험에 출제된다며 열심히 지도에 눈도장 찍던 시절이 기억나네요. 하지만 당시엔 눈에 보이지 않던 나라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최근 이슈인 우크라이나도 이번 기회에 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지리가 그 해답의 실마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지리가 갖는 역사적 의미 '지리의 역사성'이 왜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지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오히려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며 지리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에서도 지정학의 중요성에 대해 들려주는데 이번 기회에 지리와 역사의 관계를 실감 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중동, 유럽,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를 다룹니다. 중앙유라시아는 다음 책에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명의 발상지인 중동이 유럽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용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 분포한 나라들을 중동이라고 부르는데 지리적으로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북아프리카까지 포함이 되니 말입니다.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민족적, 종교적, 지리적으로 복잡한 중동. 먼저 자연지리적으로 각 나라를 살펴봅니다. 이제서야 들어본 이름도 있을 정도로 낯설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지역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옵니다. 아프리카가 세계대전 후 유럽 열강에 의해 마구잡이로 나누어졌듯, 중동 역시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의적으로 나눈 국경선이 이후 이토록 복잡한 정세를 만들게 된 요인이었습니다. 현재 흘러가는 정세를 해석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줍니다. 자연지리와 별개로 인문지리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 터키, 이란은 왜 다른 나라와 달리 고유한 민족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이슬람은 어떻게 중동에 영향을 끼쳤는지 역사를 살펴봅니다.


민주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산업화, 제국주의, 인종주의 등 현재의 세계는 유럽이 만든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0여 개의 나라로 이뤄진 유럽을 자연지리적으로 살펴보면 크지도 않은 땅에 산, 바다, 강, 반도가 많고 해안선이 복잡해 만성적 분열을 부추기는 자연환경이라고 합니다.


유럽의 지리가 갖는 역사성은 식량자급률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평야가 있는 폴란드, 우크라이나가 침입을 많이 당했었다고 짚어줍니다. 그 외 언어, 종교, 정치적 노선 등에 따라 기준을 구분해 인문지리로 살펴보기도 합니다. 여행가이드북으로 알고 있던 나라들을 만날 때면 유독 반가웠는데 이렇게 지리학적 역사 정보를 더하니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집니다.


미국을 최대 강국으로 만든 결정적 요인도 바로 지리에 있었습니다. 큰 바다, 얼음 땅, 사막 등 천연 요새로 둘러싸인 미국. 미국의 주요 강 대부분이 흘러들어오는 미시시피강이 어떻게 놓여있는지도 이제서야 제대로 알게 됩니다.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한 대평원은 세계 식량 자원의 핵심 장소였습니다.


17세기 이민자들로 시작된 미국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독립부터 합병, 부동산 매입, 전쟁 등 결정적 장면 여섯 가지를 짚어줍니다. 인문지리적으로는 지역의 특징, 문화, 정치 지형도를 통해 파악해 보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미국을 발견하게 됩니다. 


같은 아메리카인데 미국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중남미도 살펴봅니다. 지리적으로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강이 있지만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 오히려 이 땅은 산맥과 고원지대, 해안도시가 발달합니다. 마야, 아스테카(아즈텍), 잉카와 같은 문명들이 탄생되었던 곳임에도 유럽의 식민지가 되고 난 후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사정을 짚어줍니다.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미국의 세 배 크기라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 중국, 인도, 영국을 포함해 유럽 대표 국가들이 다 들어갈 만큼 큰 대륙입니다. 메르카토르도법 때문에 지도상에는 작아 보였을 뿐입니다.


사하라 사막 북쪽은 이슬람교도가 많아 중동에 묶이고 중부 이하가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입니다. 열대초원 사바나와 아마존에 맞먹는 열대우림도 있는 아프리카. 대륙 남단에 위치한 남아공은 남극 대륙과 가까워 선선한 기후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아프리카는 가난한 나라들이 많은 걸로 여기지만 여기서 말하는 성장은 지극히 서양 중심의 시각임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대신 오늘날의 시각에서 아프리카가 왜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머물러 있는지 다양한 요인을 설명합니다. 아프리카 하면 흑인이라는 표현 하나로 다 설명되는 게 결코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종족이 저마다 복잡한 역사를 가진 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인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다른 대륙보다 높다고 합니다.


지리가 역사를 결정했다는 지리 결정론도 아니고, 지역의 우열을 가리는 것도 아닙니다. 인류는 자연에 적응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면서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50컷의 컬러 지도와 쉬운 설명이 지리 초보도 빠져들게 하는 재미있는 세계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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