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카페들 - 생존 중인 카페 열두 곳에 던지는 질문
조재호 지음 / 연필과머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형서점이 사라지고 대신 동네서점을 소개하는 책이 쏟아지던 당시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기분인 듯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책방들이 하나둘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카페도 마찬가지지만 서점에 비하면 접근성이 나쁘지 않을 만큼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출퇴근길에 위치한 단골 카페가 하나쯤 있을 겁니다. 애정하는 동네카페가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면 서운하다가도, 다행히 새롭게 마음을 줄 개인카페가 어딘가엔 있습니다.


<살아남은 카페들>은 팬데믹에서도 버티고 있는 카페 열두 곳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로병사를 들려주는 심도 있는 인터뷰집입니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나 카페를 운영 중인 이들에게 유용한 현실 조언이 가득합니다.


조재호 저자는 2011년 카페인마켓 카페를 창업했지만 6개월을 못 버틸 만큼 잘 되진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피 장사 대신 카페 한편에 있던 사무 공간에서 딴짓을 할 수 있었던지라 50여 곳의 크고 작은 카페들의 창업을 돕게 되었고 결국 업태를 변경합니다. 카페 운영엔 실패했기에 몇 년 이상 생존한 카페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할 겁니다. 생존한 카페들은 뭐가 달랐던 걸까? 인테리어? 유동인구? 재정적 안정? "카페나 해볼까?"라는 말이 넋두리처럼 사용될 정도이고 그만큼 카페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만 운영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조재호 저자가 인터뷰한 대표들 역시 근자감 따위 없이 성실하게 창업을 준비한 이들이었음에도 생로병사에 비유할 만큼 힘든 시간을 거쳤습니다. 카페 딕셔너리, 라티오 커피 바, 커피 스테이션, 파이브 브루잉, 뉴웨이브 커피 로스터스, 빈터 커피 로스터스, 타이거 커피, 센트럴 커피 스토어, 프릳츠 커피 컴퍼니와 같은 커피 전문 카페 및 원두 납품 업체와 호라이즌 16, 스탠바이 키친, 레드스타 같은 디저트 카페, 샌드위치 카페 및 와인바까지 <살아남은 카페들>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카페들의 비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아실현, 경제적 독립을 꿈꾸며 의욕 넘쳐 시작하지만 지속력은 제각각입니다. 입소문 난 카페를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카페를 만드는 요인을 끌어내는 <살아남은 카페들>. 소개된 열두 곳마다 답변이 비슷한 것도 있고, 상충되는 답변도 있습니다. 지속력을 유지하게 된 원동력은 정답은 없었지만, 공통점은 생존 과정의 노력이었습니다.


"창업의 본질은 결코 '시작'에 있지 않다. 버티고 유지하고 성장하는 '생존'의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 책 속에서


로스팅 할 줄 모르면서 차차 배워 나가자는 계산하에 로스터리 카페를 차린 '딕셔너리' 대표. 객단가를 올리는 데 한몫한 사이드 메뉴를 이용하며 빈약한 아파트 상권에서도 운영하기 나름이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진입장벽 높은 드립백 생산에도 도전하며 단점을 오히려 기회로 본 딕셔너리의 성공 요인을 파헤쳐 봅니다. 역시 아파트 상권이지만 4000원 남짓한 아메리카노를 기꺼이 즐기는 주민들을 고객으로 가진 '라티오'. 집 앞의 괜찮은 개인 카페가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몸소 경험했기에 공간이 주는 감성을 살리려 애씁니다. 우리 동네에도 빌라만 가득한 주거촌인데 일찍 오픈하는 동네카페가 있습니다. 바로 앞에 큰 유치원이 있거든요. 아이를 데려다준 엄마들의 이동 루트에 자리하고 있어 오전 9시 전후 무척 핫하답니다.


직장 생활로 실제 유동 인구 흐름을 잘 알고 있어 이면도로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은 '스테이션'. 출퇴근길 루트여서 실속 있는 입지입니다. 오피스 상권이라 이른 시간에 오픈하고 일찍 마감하는 직장인 템포를 따라야 합니다. 휴가철엔 조용해지기도 합니다. 대학가 상권에 위치한 '스탠바이 키친'은 방학 때 매출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장점이 되는 것이 누군가에겐 단점이 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상권이 비슷해도 연령층, 성향에 따라 카페 운영 패턴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빈터'는 반독점에 가까웠던 동네 상권과 근처 카페가 많아 살벌한 경쟁을 겪는다는 중심 상권까지 고루 경험하며 저마다의 특징에 맞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가형 프랜차이즈들 속에서 월세, 인건비, 식비 등 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타이거'는 일명 저가 포지셔닝으로 박리다매와 함께 원두 납품 사업까지 확장한 케이스입니다. 스타벅스보다 일찍 문 열고 닫자는 마인드로 영혼을 갈아 넣고 있는 모습은 단순히 저가라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오너 바리스타이자 파티셰 대표가 운영하는 '센트럴', 물개 로고, 코리안 빈티지 등으로 젊은층 사이에 뉴트로 열풍을 일으킨 '프릳츠' 등 고유한 브랜딩으로 자리 잡고 있는 카페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구움과자로 유명한 '호라이즌 16'은 네임밸류를 키워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리스타와 트레이너로 실무 경험 후 브루잉 커피를 컨셉으로 잡은 '파이브 브루잉', 커피 로스팅과 추출에 관한 연구를 거듭하며 커피 교육 기관이자 원두 납품 업체를 겸하는 '뉴웨이브', 직장인이면서 겸업으로 운영하는 와인바 '레드스타'까지 새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크고 작은 카페들 속에서 버틴 카페들 이야기 <살아남은 카페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막연히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들과 현실의 간극은 컸습니다. 창업 과정 이후 대하드라마가 펼쳐진 카페의 비하인드스토리. 시행착오를 거치며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들려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