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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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쇼핑, 관음증, 흡연, 소셜 미디어 등 중독 여부에 상관없이 바꾸고 싶은 것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 대상이나 행동을 함으로써 받는 즉각적인 보상인 도파민 때문에 쉽게 떨쳐내기 힘듭니다. 게다가 이 시대는 중독에 미치는 위험 요소가 도처에 널려있기에 삶이 윤택할 때도 점점 커지는 강박적 과용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도파민네이션>은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는 현대인을 위한 책입니다. 성 중독에 빠진 사람, 온갖 약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물론이고, 로맨스 소설에 병적으로 애착 가진 경험이 있었다는 저자까지 다양한 사례로 중독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 책을 쓴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는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약물 오남용 문제에 경종을 울리며, 2020년 소셜 미디어의 중독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고통이 어떤 형태든 위험하다고 여깁니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거죠. "난 불안해하고 ADHD 증상이 있고, 할 일을 하려면 약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피로와 주의력 결핍을 수면 부족과 과잉 자극이 아닌 정신 질환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약물 복용을 정당화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약물로, 누군가는 넷플릭스를 몰아보며 다양한 회피 시도를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고통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하고 활용하는 중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도파민. 1957년 처음 발견한 도파민은 인간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입니다. 보상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초콜릿은 뇌의 기본 도파민 생산량을 45퍼센트 늘렸고, 주의력 결핍 장애 치료에 쓰이는 애더럴뿐만 아니라 길거리 약물에도 들어있는 성분인 암페타민은 무려 1,000퍼센트를 늘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쾌락과 고통이 뇌에서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는 사실 아시나요. 쾌락과 고통이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하는 겁니다.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용하는 거죠. 결국 쾌락을 맛봐도 저울은 수평을 유지하려 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과도하게 중독 대상에 기대면, 쾌락-고통 저울은 고통 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쾌락 기준점이 높아져 버린 겁니다. 더 강한 자극이 가해져야 쾌락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저울은 비유일 뿐 실제로는 개개인마다 훨씬 복잡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중독에 더 취약한 사람도 있듯 말입니다.


<도파민네이션>은 DOPAMINE 단어로 중독을 이해하는 7단계를 설명합니다. 무엇에 얼마나 많이 자주 의존하는지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온갖 이유로 의지하는 이유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건강, 관계, 도덕적 문제 등 중독의 악영향을 찾아야 합니다. 뇌의 보상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보통 한 달이라고 하니 30일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물론 갑자기 끊지 않고 의료적 관리를 받으며 사용량을 점차 줄여나가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금단 증상으로 인한 불안감이 당연히 생길 겁니다. 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도록 마음챙김도 필요하고 진짜 나와 대면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친구가 되는 법으로 나아가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독 관리를 위해 필요한 3가지 접근법을 통해 이 과정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도파민네이션>에는 자기 구속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요. 의도적으로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사실 우리는 의지만으로 해결할 순 없습니다. 의지는 쓰면 쓸수록 피곤하게 만듭니다. 오히려 의지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는 전략이 필요한 겁니다. 이에 필요한 물리적 전략, 순차적 전략, 범주적 전략을 책에서 소개합니다.


운동을 더 하고 싶어요 같은 비교적 안전한 주제부터 심각한 중독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지만 변화를 위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의 핵심은 동일하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쾌락-고통의 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러너스 하이처럼 고통 속에 쾌락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찬물 입욕을 하면서 중독에서 벗어난 사례도 있습니다.


파괴적 수치심 대신 친사회적 수치심으로 해결을 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과용은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수치심은 집단의 외면 혹은 집단에게 거짓말을 해서 외면을 모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결국 고립을 낳고 다시 중독 대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식으로 악순환을 겪습니다. 하지만 수치심의 양면성을 이용하면 해결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효과를 낳는 친사회적 수치심으로 말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소리 내어 이야기함으로써 확실하게 문제를 의식할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남 탓을 하며 거짓 자아를 내세우기 일쑤이기에 이런 노력은 매일의 도전이 됩니다.


도파민이 사방에서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뭔가를 사고 싶으면 다음날 택배가 도착해있습니다. 오랜 시간 후에 받는 보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받는 보상을 과대평가하기도 합니다. 미래의 보상을 폄하하는 거죠. 인생 전체의 궤도를 생각함으로써 자신이 매일 하는 행동을 더 정확히 평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휴식을 안겨준다고 믿었던 것들이 중독이 되어 결국 우리의 문제를 키우는 사례들이 가득했습니다. 망각의 길 대신 세상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자고 조언하는 이 책은 방향만 바꾸어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어떤 중독이든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고, 우리 일상생활의 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쾌락-고통 균형 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파민네이션>. 정재승 뇌과학자는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면서도 그 중독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며 추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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