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산스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극작가 고향갑 산문집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경기신문에 현재도 연재하고 있는 고향갑의 난독일기 코너에 실린 글과 미발표글을 엮은 책입니다.


모든 글의 표제어는 한 글자입니다. 겨우 한 글자이지만 '한 글자'를 넘어 '수만 글자'와 함께 사는 '한 글자'임을 이야기합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 전혀 다른 둘이 만나면서 하나가 되는 모습처럼 하나와 둘을 애써 가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고 묻습니다. “둘이 모여 하나를 품고, 품은 하나 속에 둘이 있습니다.”라는 말은 결국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표제어 <둘>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노동자의 삶을 알기에 그늘진 삶이 슬며시 배어있는 고향갑 작가의 글은 담담한 서정 속에서도 애환이 보이기도 합니다. 글노동자로 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은 글이고 밥은 밥일 뿐이지만 자본이 주인인 세상에서 넘어진 하루를 일으켜 세우는 건 글이 아니고 돈이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향해 나아가는 마음을 엿볼 수 있으니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시를 읽는 것처럼 은유 가득한 문장도 있고, 일기를 읽는 것처럼 현실어로 채워진 문장도 있습니다. 고향갑 작가의 한 글자에는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이 담겼기에 공통의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문학은 손으로 꺼내는 가슴속 언어라고 합니다. 문학을 거꾸로 읽으면 학문입니다. 하지만 거창한 학문이 아닌 문학다움만을 지키려 합니다. 비장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의 글은 그 경계를 넘지 않으려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69편의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같은 표제어로 나라면 어떻게 페이지를 채워나갈지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글을 먼저 읽고 나서 표제어를 확인하면 뜻밖의 울림을 주는 기발한 표제어도 많습니다. 짧은 글쓰기를 연습하려는 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산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