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상 - 알아차림과 치유의 글쓰기
김성수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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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좋다는 건 알지만 재미없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에 도전하지 못했다면, 좌선보다 스마트폰으로 반사적이고 자동적인 글쓰기에 더 익숙한 우리에게 딱 어울리는 글쓰기명상은 어떨까요. 명상학박사이자 단편소설 <욕실>로 현대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김성수 저자가 창안한 글쓰기명상은 명상과 글쓰기의 장점을 살려 내면에 갇혀 있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치유의 글쓰기로 이끌어줍니다.


<글쓰기명상>은 타인과의 소통을 자신과의 소통으로 전환하게 도와줍니다. 내면의 역동을 문자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자기 내면에서 어슬렁거리는 생각을 하나씩 몸 밖으로 건져내는 작업입니다. 이때 작동하는 심리 메커니즘은 '알아차림'입니다.


글쓰기명상은 순간적인 자기 마음을 포착해 단어와 문장으로 추출하는 놀이입니다. 자기 내면에서 웅얼거리는 외마디, 생각, 감정, 기억을 있는 그래도 드러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기에 자기 기억이나 생각을 잘 드러나게 하는데 초점 맞춘 글쓰기명상의 대원칙은 자신이 쓴 글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유하는 글에서는 솔직해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사한 글말 따위는 잊어야 합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쓰고 난 글을 처리하는 방법도 따로 있습니다.


글쓰기명상의 워밍업부터 해볼까요. 자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마음의 방향을 내 몸과 마음으로 돌리게 도와주는 시간입니다. 삶 전체를 조망하는 질문, '나'에게 한정하는 질문, 내 삶의 실질적 문제를 겨냥하는 생활 밀착형 질문들로 이뤄진 워밍업 단계를 거치면서 벌써 녹다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생애에 내게 주어졌다고 생각되는 목표는?이라는 워밍업 첫 질문부터 저도 순간 막막해지더라고요. 우스갯소리로 이번 생은 망했고 다음 생에나...라고 내뱉기도 했었지만 그렇다면 이번 생애 내 삶의 동기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진 못했었습니다. 첫 질문부터 삶의 종착점을 겨냥한 속 깊은 질문입니다. 워밍업에서의 질문이 힘들게 느껴질 테지만 몸풀기를 거치며 의식의 환기 작업이 이뤄지는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이후 본격적인 글쓰기명상의 실제 질문으로 넘어가면 점점 수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명상 실제 편에서는 34개의 단원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첫 번째는 인생 연대표 만들기입니다. 전적으로 내 기억을 토대로 작업하는 기억의 향연을 펼치는 시간입니다. 편집된 기억이지만 내 의식 속에 박제된 내 역사를 들추는 작업입니다. 자서전 쓰기가 자기 치유 작업이라 불리듯 인생 연대표는 적극적인 자기 상담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자서변명전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자서전이니 포장할 게 없습니다.


감정은 겨우 15초 만에 끝나지만 그 흔적이 내 어딘가에 새겨진다고 합니다. '감정이라는 유골'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쏙 듭니다. 인생 연대표처럼 정서 연대표 만들기 단원도 흥미진진하네요. 그 외 내 기억 속 어여쁜 사연을 발굴해 행복한 삶의 바탕인 긍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나 반대로 내 삶이 부정적인 이유를 서술해 보며 자기 내면의 부정성을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진실로 삶을 긍정하게 하는 글쓰기명상이 이어집니다.


평소 자문해 보지 않았던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나라는 자아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질문들입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를 심리적 철창을 만들어놓고, 열쇠를 어디에 둔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문지기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글쓰기명상을 하면서 난해하거나 일상에서 아주 먼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던 욕구나 감정의 근원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자신이 직접 쓰고 폐기하는 글쓰기명상의 방식을 배워나가면서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읽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입니다. 타인에게 전달되는 체계 속에서 정보 전달과 효율이 중시되는 자칫 소모적인 글쓰기로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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