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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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선진국입니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고 힘들고 불안할까요. 고도성장을 일구어낸 대한민국의 능력은 6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는 표현이 낙원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불평등한 선진국>에서 팩트체크합니다. 사회의 불평등에 문제의식을 느낀 과학 저술가 박재용 저자가 쓴 책입니다.


헬조선에 이어 영끌까지, 분노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 수출액, 국가 예산 등을 보면 분명 나아졌는데도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는 걸 통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출로 번 돈은 엄청나게 많아졌어도 결국 대기업 중심 수출이 증가했기에 국민들 각자의 소득 증가에 끼친 영향은 미비합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 불릴 만큼 경제가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경제적 여유는 따라가지 못합니다.


사회의 불평등한 정도를 살피는 지표로 최저소득 가구 1분위, 가처분소득의 차이, 지니계수 격차, 상대적 빈곤율, 중위소득과 빈곤율 통계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가난한 자와 부자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1%는 10% 소득의 절반일 정도로 위로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월소득 10분위로 세세하게 구분한 표를 이 책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상위 1%인 10분위로 살고 싶지만 넘사벽입니다. 숫자를 꼼꼼히 살펴보니 10분위와 9분위 간에도 격차가 엄청납니다. 1년으로 따지면 3,000만 원이나 차이 납니다. 10분위 안에서도 상위 0.1%는 1인당 1년에 15억 넘게 벌어들이며 상위 1%의 4배를 더 번다고 합니다. 0.01%로 더 좁히면 마찬가지로 소득 증가세가 더 빠릅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여전히 진리라는 걸 새삼 확인한 통계입니다. 반대로 소득 낮은 분위 간에서도 격차가 심합니다. 불평등의 정도가 양 끝으로 갈수록 커진다는 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평등한 선진국>은 불평등에 대한 팩트 토론을 위한 퀴즈도 챕터 끝날 때마다 실려있습니다. 불평등이 심하다는 막연한 말보다는 숫자로 꼼꼼히 살피게 도와줍니다. 대한민국 불평등의 근원을 노동으로 보는 저자는 소득에 따른 격차 심화를 다루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플랫폼 노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44.5%가 비정규직인 현실입니다. 여기엔 특수고용 노동자 숫자가 빠져있는 통계라니 사실상 절반이 넘는다고 보면 됩니다.


하청 문제로 인한 산업재해는 끊이질 않습니다. 업무상 사고 재해율 통계를 보면 생각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잡혀있는데, 통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보상을 신청하고 승인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고 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누락되어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군인도 별도 보상체계가 있어 통계에서 빠져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것을 넘어 통계의 의미와 한계까지 짚어주는 <불평등한 선진국>입니다.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이 아주 수월한 상위 0.5~1%, 부모의 뒷받침 아래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합쳐 성공하는 상위 10~15%, 인생을 살아갈 기본 토대 정도는 마련한 40%, 그리고 나머지는 이전부터 많은 걸 포기하고 힘든 삶을 살아갑니다. 부모 자산과 소득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다는 걸 보여주는 통계를 보니 심란하기만 합니다. 정말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게 맞겠다 싶을 정도의 숫자입니다.


출신 대학에 따른 취업 기회와 입사자 차등 대우는 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청년 문제로 심화됩니다. 이 와중에 남녀 차별 문제가 뜻밖의 지점에서 등장합니다. 페미니스트 혐오 및 남녀 차별이 여성 경력 단절 문제가 나오기도 전인 20대에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남성들 가운데서 가장 많이 보인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불평등 심화는 가족 해체, 노인 문제, 소수자 배제, 지방 소멸 등의 문제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근로 연령대 가구에서의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더욱 증폭되기만 합니다. 통계와 확률은 우리 사회를 드러냅니다. 선진국임에도 여러 지표를 통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불평등이 심한 상태라고 하니 착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희망적인 건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문제는 통계가 이렇게도 적나라한데도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습니다. 할 의지가 아직은 없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요.


대한민국 불평등의 현재를 살펴보며 불평등 해소 키를 고민해 볼 수 있는 <불평등한 선진국>. 불평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 될 겁니다. 왜 지금 이토록 힘든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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