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경이롭고 매혹적인 동식물의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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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공기처럼 흐를 수 있는 유체流體. 흐름의 과학인 유체역학을 동식물 세계에서 찾아보는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미세 유체역학 연구자 송현수 박사는 음료와 물속에 숨은 유체역학적 원리를 탐구한 <커피 얼룩의 비밀>, 실생활에 숨어 있는 흐름에 대해 쓴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을 통해 유체역학이 세상에 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유체역학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책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서는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동식물의 생존 전력과 적응 방식에 숨어 있는 유체역학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합니다.


2018년 태국의 한 동굴에 12명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가 갇혔던 사고 기억하시나요. 종유석에 맺힌 이슬을 마시며 버티면서 무려 16일 만에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생명유지를 위해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2007년 물 많이 마시기 대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약 7L의 물을 마신 후 수시간 내 '물 중독'으로 사망한 사고도 있습니다. 수분이 부족해도 과해도 문제인 겁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물을 컵에 따라 마시는 능력까지 갖췄고, 다양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은 저마다 신체 구조에 따라 최적화된 방식으로 물을 마십니다. 동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물을 마실까요. 여기서 MIT 토목환경공학부 로만 스토커 교수는 반려고양이 쿠타쿠타가 우유를 마실 때 물리적으로 복잡한 현상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동료들과 힘을 모아 연구해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하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고양이는 혀를 세워 그 끝만 물에 살짝 댔다가 바로 올린다고 합니다. 표면장력으로 혀끝에 달라붙은 물이 관성에 의해 끌려 올라오는 거죠. 순간적으로 아주 작은 물기둥이 형성됩니다. 우유처럼 물보다 상대적으로 표면장력과 점성이 큰 액체는 더 많은 양이 끌려 올라갑니다. 이때 딱 타이밍 좋게 입을 닫아야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게 입을 닫으면 물기둥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아 소량의 물만 마시게 된다고 합니다.

 

개는 혀를 말아서 국자 모양으로 구부리는 만큼 단면적이 넓은 물기둥을 끓어올려 한 번에 더 많은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국자를 제대로 활용하진 못한다는 게 함정! 워낙 빠른 속도로 혀를 빼내기 때문에 물도 많이 튀고 흘리느라 남아 있는 일부만 마시는 셈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방식에 숨어 있는 유체역학적 원리를 통해 신체 특징과 성격, 행동 양식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설명하고 있으니 반려인이라면 흥미로운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외 꿀벌이 꿀을 흡수하는 방식에 사용되는 최저 세움각, 등속운동이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놀라운 사실, 포식자의 공격에 취약한 자세로 물을 마셔야 하는 기린이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게 한 진기명기한 유체역학적 원리를 설명합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물을 마시는 행위 하나에도 이처럼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게 경이롭습니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 물 마시기의 기술, 단순한 게 아니었습니다.


물구나무 서는 딱정벌레, 얼룩말 줄무늬의 비밀, 바람에 맞선 사구아로 선인장, 물방울 마시는 이끼, 공중 식물과 회전초 등 에너지를 줄이며 환경에 적응한 동식물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함께 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일어납니다. 개미의 놀라운 협동 능력은 고체 또는 액체와 상당히 유사한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함께 이동하며 체력을 비축합니다. 철새들이 하늘을 날 때 V자 대형으로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선 새의 날갯짓이 어떤 방식으로 새의 비행에 큰 도움을 주는지 보여줍니다.


민들레 씨앗의 비행처럼 움직이는 식물 세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적화된 집을 짓는 건축 장인 동물들, 유체역학적 특성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사냥 기술을 선보이는 동물들, 독특한 비행술을 자랑하는 동물들 등 효율적으로 적응한 동식물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모기의 무시무시한 비행술에도 유체역학 원리가 숨어있었습니다. 1초에 무려 800번이나 날개를 펄럭일 수 있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게다가 모기의 50배에 달하는 무게의 빗방울에 맞은 모기가 균형을 회복하는 놀라운 생존 능력도 인상 깊었어요.


동식물의 놀라운 세계에서 발견한 과학은 일상생활에 응용됩니다. 군집 주행 기술을 통한 물류 산업의 변화, 공기 방울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파괴력을 가진 사냥 기술에서 응용한 버블 세탁기, 올빼미 깃털을 모방해 소음 줄인 팬, 거북복의 모양에서 아이디를 얻어 설계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바이오닉 자동차, 저항력을 줄이는 상어 피부 돌기를 흉내 낸 전신 수영복 등 유체역학 원리를 수많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동식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면서 저마다 생존 능력을 펼쳐 보이는 생명체들의 비밀을 알면 알수록 경이롭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진 능력에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통해 풍성하게 발전한 문명의 이모저모를 보여준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인간이야말로 자연의 최대 수혜자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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