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 직관과 상식에 맞는 양자이론을 찾아가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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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분자 등 미시적인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현대 물리학의 기초, 양자역학.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는지 밝히는 학문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양자물리학 세계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원자와 전자는 파동일 수도, 입자일 수도 있고, 상자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살아 있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내 머리로는 이해 못 하는 신비한 세계라며 밀쳐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탄생한 양자물리학은 역설과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는 과학이론입니다.


현재 주류 물리학계에 정설로 수용된 양자역학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탄생되었지만,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가장 많은 이론이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죽는 날까지 영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서술하는데 왜 신비하고 역설적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직관에서 벗어난 신비의 영역처럼 서술된 것이 양자역학의 문제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주류가 된 양자역학을 '중요한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땜방용 이론'으로 취급했습니다. 이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숨은 변수가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숨은 변수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는 아인슈타인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양자중력 연구의 권위자 리 스몰린은 현재의 양자역학이 가진 개념적 문제는 앞으로도 풀릴 가능성이 없다고 합니다. 원자 규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양자역학보다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이론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저자는 초창기에 또 하나의 양자물리학 이론이었지만 비주류로 취급되어 잊힌 그림자 이론을 부각시키며 대체 양자물리학을 제시합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상식적인 현실주의를 고집해도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는 먼저 양자물리학의 기초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두 개의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① 물질은 인간이 자신을 알건 모르건 상관없이 자신만의 안정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가? ② 인간은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술할 수 있는가? 이 두 질문에 Yes라고 답한다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현실주의자입니다. 두 질문에 No라고 답한다면 현재 주류 양자역학을 주도한 닐스 보어와 같은 반현실주의자입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현실주의자인데도 원자 규모 물체를 다룰 때에는 탈 많은 양자역학 때문에 헤맵니다. 현재의 양자역학을 옳은 이론으로 받아들이려면 현실주의적 관점을 포기해야 하는 역설을 맞는 셈이죠. 현실주의자 안에서도 분파가 나뉩니다. 여기서 세 번째 질문이 등장합니다. ③ 자연은 우리 주변에 보이는 물체들과 그들의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다시 말해서, 우주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에 Yes를 하는 것까지가 현실주의자이며 그렇지 않으면 마술적 현실주의자입니다.


리 스몰린은 기존의 양자역학을 갈아엎으려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양자역학을 완전히 포용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중력과 시공간의 양자이론과 통일장이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유는 불완전하고 틀린 양자이론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잘못된 기초 위에 쌓아가고 있는 현대 과학인 겁니다. 양자역학이 완벽하지 않으면 양자중력이론, 우주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반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닐스 보어가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아인슈타인을 제치고 물리학계 주류로 떠오르는 여정을 살펴보며, 양자역학 개발사 속에 담긴 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인슈타인의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 때문에 양자혁명에 불을 댕겼다고 합니다.


모든 이론에는 개발자의 철학이 반영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면 양자역학과 같은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보어의 파격적인 반현실주의 철학에 영향받은 물리학자들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며 정통 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20세기 초 양자혁명을 주도한 세대들은 모든 과학 교과서를 점령했습니다. 그 결과 일반인들도 양자역학=반현실주의 공식에 익숙해진 겁니다. 하나의 이론이 어떻게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양자역학의 역설은 학계에서 밀려나버린 드보로이의 이론인 전자가 파동과 입자 동시에 모두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면 간단명료해집니다. 하지만 당시 유명한 이들이 모두 반현실주의를 지지했습니다. 데이비드 봄에 의해 쓰인 양자역학의 오류를 지적한 논문도 20년간 주목받지 못했고, 밝혀진 시점에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반현실주의자는 양자역학 자체엔 문제가 없고, 이해하고 서술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주의자는 이론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쨌든 반현실주의 철학이 양자역학의 모든 것을 지배해왔습니다.


양자역학의 수수께끼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각각의 연구가 가진 의미에 집중하고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들을 살펴보며, 양자의 한계를 넘어선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각 이론의 장단점까지 정리해준 저자는 지금까지 개발된 이론 중에서는 진실이라 단정 지을만한 후보가 없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시간적 관계주의를 지지하는 이론물리학자인데 그 역시 발을 두 군데 다 걸치고 있는 셈이라고도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미래의 물리학이 나아가야 할 교훈을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양자세계를 서술하고자 노력합니다. 일상적인 언어로 일상의 사례로 서술되어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양자역학과 관련한 수많은 이론 소개할 때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은 머리가 아파지지만요. 양자물리학에 관심 있는 예비 과학도들이 읽으면 좋은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물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철저한 문과적 사고방식을 가진 저도 일부 페이지를 제외하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양자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입니다. 풀어야 할 미스터리에 도전하는 설렘을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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